▲ 권오신 객원 논설위원 로타리 공공이미지 코디네이터

인체를 도는 물기는 염분 0.9%, 당분 0.1%로 구성돼 있다.

체내 소금 농도가 떨어지면 가장 먼저 나타나는 현상이 저체온증이다. 반면 당도가 높아지면 혈류가 굳어져 각종 질환이 닥친다. 이러니 좋은 소금은 건강을 다스리는 천연 약이다. 너무 싱겁게 먹어도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

인류는 지금까지 소금보다 더 좋은 방부제를 찾지 못하고 있다. 대나무 속에 소금을 넣고 아홉 번을 구워내는 게 죽염이다. 죽염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1천500℃의 불에서 소금이 정제되는 것을 보면 소금이 태양에서 날아 왔다는 말이 참말처럼 느껴진다는 것.

소금은 신이 사람에게 내린 가장 큰 선물이자 태양에서 날아온 인간생활의 가장 훌륭한 식재료다. 소금에 절인 배추나 음식은 쉽게 상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쓰는 소금은 갯벌에서 태양빛으로 만들어내는 천일염이다. 소금사용에 대해 이설을 많이 만들어 내고 있는 미국의 소금은 천일염과는 달리 암염 또는 정제염이다. 암염이나 정제염은 미네랄이 없는 염화나트륨이다. 인간의 몸에는 미네랄이 풍부한 천일염이 좋지만 체내의 염도가 0.85~0.9%를 벗어나게 해서는 안 될 일이니 적정량은 건강을 지키는 방법이다.

겨울철의 별미는 단연 동치미다. 소금이 적당히 풀린 동치미 물을 마시고 시원하다는 비음을 연신 내뱉지 않는 사람이 있을 까. 심심한 동치미 물은 우리 선조들이 만든 최고의 음료수다.

이 소금이 위기를 맞았다. 과학자들은 건강을 해치는 주범으로 소금을 꼽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20년까지 우리국민 하루 나트륨 섭취량 20%(소금 2.5g)줄이기 운동을 벌인다고 한다. 세계 주요 선진국들 가운데 나트륨섭취량이 가장 많은 국가이기 때문이다.

상수도가 들어오기 전 포항 영덕 울진 등 바다를 끼고 사는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내륙사람들에 비해 짧았던 주범도 간기를 머금은 우물물과 염분을 잔뜩 품은 바닷바람의 영향이 크다. 사실 우리 식단은 간이 많이 들어간다. 된장 국, 여름철 입맛을 다잡아주는 장아찌가 그렇다. 김치도 그렇고 우리가 즐겨먹는 젓갈류와 찌개 구이 등 밑반찬의 대부분이 나트륨 함량이 많다.

맛있는 음식점은 짜다는 느낌이 드는 집이다. 맛있게 먹을 때는 몰랐는데 한두 시간 지나면 갈증이 나고, 물만 찾을 경우가 그렇다. 찌개 볶음, 생선 찜 등을 계속 넘길 경우에 오는 현상이다. 이럴 경우 다음날 아침에 얼굴이 부석부석하고 무거워 보인다. 경상도 음식이 더 그렇다. 두 겹씩 정겹게 껴안은 안동 간 고등어나 여름날 보리밥 반찬으로 최고를 치는 돔 배기, 멸치 젓갈은 소금에 묻혀버렸다. 소금과 고추 가루를 많이 넣다보니 음식이 맵고 짜다.

그렇다고 인기가 없는 것이 아니다. 여전히 짠지 소금구이 간판이 달린 집이 있는가하면 석쇠 판에 갈비 살이나 삼겹살, 꽁치 등을 얹고 막소금을 뿌려 구워드는 집이 북적거린다. 아마도 이 현장을 보면 과학자들이 기겁을 했을 것 같다.

차(茶)인들이 차를 즐겨 마시는 경우도 간과 무관치 않다. 생 고추를 장에 찍어먹고, 국 한 사발, 김치를 섞어 먹다보면 배속에 들어간 소금 섭취량이 바닷물 간기를 따를 만큼 의외로 많다. 이를 희석하는 데는 차만한 좋은 방법이 없다. 차인들은 한 자리에 앉으면 3가지 이상의 차를 마신다. 이 때 한사람이 먹는 물의 량은 대체로 1.8℃ 이상을 마신다고 하니 음식을 통해 위속에 모인 소금성분을 철저하게 희석시킨다고 볼 수 있다.

과학자들은 지금까지는 건강에 좋지 않은 것으로 단 것과 지방을 꼽았지만 이제부터는 소금도 경계해야 한다고 한다. 건강을 위해서는 내 몸에는 약간 부족한 듯 느낌이 들게 먹어야 하는 게 소금이다. 굴곡진 삶마다 적당하게 간을 맞추어 주는 것도 소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