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일만항 활성화 방안

▲ 중국 훈춘시 권하와 북한 함경북도 은덕군 원정리를 잇는 두만강 대교를 통해 양국이 인적·물적 교류를 하고 있다. 중국측의 권하세관, 북한측의 원정세관이 있다. 사진 왼쪽 흰색 건물이 원정세관이다. 나진항은 원정세관에서 약 50㎞ 거리에 있어 차로 30~40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영일만항은 중국 동북 3성과 러시아, 일본, 동남아시아 등을 포괄하는 환동해경제권의 중심 허브항만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2009년 8월 개항했다.

대구·경북지역의 유일한 컨테이너항인 영일만항은 지리적으로 볼때 물동량 유치가 유리한 데다 중국 동북 3성, 러시아 및 일본 서안지역의 적극적인 항만 육성 정책의 추진 등으로 환동해경제권 중심항만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영일만항을 특화하기 위해서는 중국과 러시아 등의 지역항만과의 연대강화가 급선무다.

본지는 국내 주요항만과 중국 동북3성의 개발 현장을 찾아 중국의 물량이 한국과 일본 태평양으로 이동할 때 영일만항을 거쳐서 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보고 동북 3성의 정책과 개발현장을 지면을 통해 전한다.

글 싣는 순서

① 동북아 거점으로 육성되는 훈춘
② 경제기술개발구 장춘
③ 훈춘 포스코물류단지 개발 청사진
④ 동북3성 진출 기업의 목소리
⑤ 영일만항 물량 유치의 난제(1)
⑥ 영일만항 물량 유치의 난제(2)
⑦ 영일만항 활성화의 관건

중국이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의 훈춘을 적극 개발하고 있다. 훈춘은 남쪽으로 두만강을 경계로 북한의 나선(나진·선봉)특별시, 동쪽으로는 러시아 연해주와 맞닿은 국경 도시다. 이때문에 훈춘에는 북한·러시아와의 물류이동과 출·입국 검사를 위한 세관이 위치해 있다. 특히, 훈춘은 대륙 동쪽이 육지로 막힌 중국으로선 바다에 진출할 수 있는 최적지다. 훈춘에서 동쪽으로 15km만 가면 동해다. 훈춘과 러시아 자루비노항은 철도로 연결돼 있다. 훈춘에서는 북한도 쉽게 드나들 수 있다. 훈춘에서 두만강을 건너 함경북도 은덕군 원정리를 지나 나진항까지는 50km밖에 되지 않는다. 훈춘은 중국, 북한, 러시아를 연결하는 지정학적 전략 요충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훈춘은 `동북아시아 무역전진기기`

중국 정부는 훈춘을 `동북아시아의 무역전진기지`로 만들기 위한 원대한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길림성 정부는 국무원의 승인을 받고 지난 5월29일 훈춘에서 `투먼장(두만강) 지역 국제합작시범구` 착공식을 갖고 본격적으로 개발을 시작했다. 훈춘시는 기대감에 한껏 들떠 있었다. 지난 7일 찾은 훈춘시내 곳곳에는 `중국 두만강지역 훈춘 국제 합작 시범구 비준 획득을 열렬히 경축`이라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중국 정부가 2020년까지 조성할 시범구는 90㎢ 면적에 국제산업합작구역, 국경무역합작구역, 북·중 훈춘경제합작구역, 중·러 훈춘경제합작구역 등 4개 구역이다.

투먼장 지역 국제합작시범구 조성을 본격화하면서 중국 정부는 장춘·길림·투먼을 잇는 `장길투 개방 선도구` 개발사업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장길투 개방 선도구 개발사업은 두만강 유역의 3개 도시를 연결해 대규모 산업과 물류단지를 만드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2009년부터 이미 장길투 개방 선도구 개발사업을 시작했으며, 2020년까지 투자를 완료할 계획이다.

교통망 구축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0년 9월에는 장춘·연길·훈춘을 잇는 고속도로를 개통했고, 2013년 완공을 목표로 이 구간에서 고속철도 공사를 진행 중이다. 창지투 개방 선도구 개발사업이 성공하려면 동해로의 해출구 확보는 필수다. 중국은 훈춘을 동해로 나가는 길목으로 보고 있다.

또 중국 정부는 오는 8월 훈춘과 북한 나진항을 연결하는 도로 공사도 완공했다. 이 공사에는 1억6천500만 위안(한화 약 320억원)을 투입했다. 이 도로의 완공으로 훈춘에서 나진항까지의 운행 시간은 종전 90분에서 40분으로 절반 이상 단축됐으며, 대형 트럭을 이용해 석탄 등의 자원을 나진항까지 원활하게 수송할 수 있다.

중국은 이미 2009년 나진항 1호 부두 사용권을 따냈고, 보수와 확장 공사를 통해 연간 100만t의 하역 능력도 갖췄다. 중국 정부는 나진항 1호 부두를 통해 동북3성에서 생산하는 석탄을 선박편으로 상하이 등 남부지역으로 대량 운송하고 있다. 훈춘시는 올해 나진항을 통한 석탄 남방 운송 목표량을 50만t으로 잡았다. 중국은 또 2010년 나진항 4~6호 부두를 개발해 50년간 사용할 권리도 확보했다.

◇대륙세력이 해양으로 나가는 출구

중국은 1993년부터 항구를 건설해 바다로 진출하겠다는 전략을 수정했다. 차항출해(借港出海) 전략. 항구를 빌려 동해로 나가겠다는 것이다. 훈춘·러시아 자루비노항·속초를 연결하는 해상교통로를 개통했다. 하지만 이 루트는 여객선 위주의 항로였고, 중국을 견제하려는 러시아 때문에 발전이 더디게 진행됐다.

결국 새로운 출구를 찾으려는 중국은 훈춘·나진항 루트로 눈을 돌렸다. 중국은 두만강 하구와 인접한 나진항을 동북3성이 태평양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 주목해왔다. 나진항은 1921년 문을 열었다. 나진항은 한반도종단철도, 시베리아횡단철도, 만주횡단철도 등이 만나는 지역에 위치한 부동항이다. 훈춘에서 나진항을 통하면 대련을 통해 부산으로 오는 운송 루트가 일주일 이상 단축된다. 거기다 포항항(영일만항·신항·구항)은 부산항보다 나진항이 중국의 동해 출구로 자리잡으면서 훈춘이 중요한 거점이 되고 있다. 훈춘이 중국 동북지역의 내륙과 북한을 연결하는 중계지가 된 셈이다.

또 지난 15일에는 북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길림성 장춘시에서 쑨정차이 지린성 당 서기, 왕루린 성장 등을 만나며 `경제행보`에 속도를 올렸다. 양국은 전날 나선경제무역구 공동개발을 위한 공동관리위원회 구성에도 합의했다. 특히, 양국은 나선 지구를 선진 제조업 및 물류 기지로 육성한다는 구상을 세우고, 공단 건설은 물론 경제기술과 농업 분야의 포괄적인 협력을 약속했다. 나선 지구에 대한 전기공급에도 합의했다. `전기공급`은 나선 지구에 대한 중국의 본격적인 투자의 의미로 풀이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나진항이 과거엔 해양세력이 대륙으로 진출하는 입구였다면, 지금은 대륙세력이 해양으로 나가는 출구다. 중국 정부가 훈춘 개발에 적극적인 가장 큰 이유는 북한과 러시아를 한데 묶어 동북3성을 발전시키기 위한 발판으로 활용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훈춘에선 이미 중국, 북한, 러시아 간 교역과 인적 교류가 활발하다. 중국 언론 등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훈춘을 통한 중국과 러시아 간 호시무역액(互市貿易)은 75억 위안( 한화 약 1조3천500억원)을 넘어섰고, 훈춘 호시무역구의 러시아인 유동인구는 연인원 45만 명 규모로 성장했다. 무관세 교역인 호시무역이 활기를 띠면서 훈춘에는 매일 수많은 러시아인이 몰려들어 쇼핑을 즐긴다. 주요 거래품목은 의류, 가전제품, 과일 등이며 거래방식은 처음에 소매가 많았던 것이 점차 도매로 바뀌고 있다. 훈춘 호시무역구에서는 무역증을 소지한 중국, 러시아 주민이 매일 1인당 8천위안(약 150만원) 이하의 호시상품을 면세로 교역할 수 있다.

현재 나선특구에는 많은 중국 기업이 입주해 있다. 중국 정부는 또 우리나라와 일본 기업도 유치해 훈춘을 명실공히 동북아의 산업 및 물류 허브로 만들려는 야심도 있다. 우리나라는 포스코가 훈춘에 1천994억원을 투자해 국제물류단지를 개발 중이다. 다음달 10일 오전 10시 18분 포스코·현대 물류기지 착공식이 훈춘시에서 열린 예정이다.

중국이 훈춘 개발에 공을 들이는 앞으로 동북아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남북한 통일, 러시아의 극동개발 전략, 일본의 동해 진출 전략에 맞서려면 자국의 동북지역을 우선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경제적 우위를 선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정치·외교적으로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훈춘은 동북아 각국의 이해관계가 중첩되는 지역이다. 두만강 가까이에 있는 자그마한 도시 훈춘의 변신에 영일만항의 도시 포항이 함께 해야 하는 이유다.

/김상현기자

이 특집 기사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김상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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