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오신 객원 논설위원 로타리코리아 발행인

세상에서 힘이 가장 세고 몸집이 큰 동물인 코끼리와 황소는 육식을 전혀 하지 않고 풀로 배를 채운다. 채식만 해도 덩치가 가장 크고 힘이 세다는 얘기다.

인간의 몸을 유지시키는 세포는 자기 정화작용을 한다. 세포 하나하나가 몸속의 우주이고, 독립적 체계를 갖추고 있는 생명체다. 암세포는 같이 가지 못하는 게 속성이다. 고기는 그런 걸 가속시켜 병근을 악화시킨다.

건강해지려면 신선한 공기와 좋은 물을 마음껏 마시고, 세상이 알아주는 야채를 먹으면 신체 건강이 좋아지는 게 이치다. 색에 따라 기능이 달라지는 만큼 동양 오행(五行)에 맞추는 것도 좋은 식단을 짜는 방편이다.

푸른색은 눈과 간에, 검은 색은 신장과 방광에, 황색은 위장과 비장, 흰색은 폐와 대장, 붉은 색은 심장에 좋다. 복분자(覆盆子) 구기자처럼 끝말에 자(子)가 붙으면 신장에 좋다는 것.

채식이라 해서 야채가 전부는 아니다. 버섯도 영양가가 풍부하고 곡물류, 견과류, 줄기음식, 열매도 포함된다. 검은콩, 흰콩, 울타리에서 열리는 완두콩 등 나는 시기나 수확시기가 다르고, 효능도 각기 틀리지만 이 콩에서 나는 단백질은 고기보다 뛰어나다.

가지바람도 만만치 않다. 탱탱하고 윤기가 나는 보랏빛 껍질과 촉촉하고 보드라운 속살을 지닌 가지가 암 억제에 탁월하다는 일본 식품연구소 연구결과가 나와 항암 식품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가지와 시금치 브로콜리를 갖고 시험해본 결과 브로콜리는 70%, 가지는 10%나 많은 80%이상의 암 억제효과가 있었다는 것.

신이 동양에만 내린 들기름은 불포화지방산의 함유량이 높고, 비타민 A, C, E, F가 풍부해 성인병 예방에 좋다고 한다. 이런 들기름을 가지요리에 넣으면 가지의 폭신한 속살이 들기름을 흡수해 고혈압을 조절하고, 콜레스테롤을 내리는 효과를 가져와 암 예방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속궁합이 잘 맞는 청정 음식이다.

채식해서 병 낫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욕심을 비워버리는 방편으로 가다보면 건강이 따라오게 된다. 음식궁합은 동서양이 크게 다르지 않다. 성질이 급한 사람은 뜨거운 음식을 피하고, 생선회나 과일처럼 찬 음식을 드는 것이 좋다. 식탁에서 얘기를 나눌 때도 냉온을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고 한다.

아일랜드 출신 극작가이자 소설가 조지 버나드 쇼(1856~1950)는 노벨상을 받고난 뒤에 더 완숙한 문학가가 되었다. 그는 정치·종교·섹스 같은 뜨거운 주제는 가능하면 피하는 것이 좋고, 굳이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은 찬 음식이 나왔을 때 꺼내는 게 건강에 좋다고 했다. 그는 묘비명에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고 적어 사후에 더 유명해 졌다. 국제로타리는 매주 갖는 회합에서, 그리고 요즘 화제가 되는 해외신간의 저자도 식탁예절 수칙 1호로 “정치와 종교이야기는 피하라”고 했다.

선인들의 장수십결(長壽十訣)은 고기를 적게 먹는 대신 야채를 많이 먹고, 짜게 먹지 말라는 당부다. 최근 부쩍 많이 나온 얘기지만 하루 350g의 야채를 먹는 것이 좋다고 한다. 짜게 먹지 말고. 걱정을 줄이는 대신 많이 걷는 것도 장수에 도움이 된다고 적었다.

걱정을 놓고 즐겁게 사는 것이 뜻대로 되진 않지만 찾아보면 주변에 그런 환경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여자의 일생을 쓴 모파상(1850~1893)은 1889년 에펠탑이 파리에 등장한 다음날부터는 점심은 에펠탑 아래에서 먹었다. 에펠탑을 `거대하고 흉물스러운 해골`로 여겼던 작가는 탑 아래가 유일하게 탑이 보이지 않는 장소라고 여기고, 점심을 즐겼다고 한다. 쥘 베른(과학소설의 선구자 1828~1905)역시 같은 생각이었지만 에펠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즐겼다. 그 곳에서는 에펠탑은 보이지 않고 파리의 빼어난 경치만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음식 먹는 장소를 선택하는 데는 쥘 베른이 모파상보다 한 수 위다.

    권오신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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