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취임 전 발생 금융위기 극복했다”
밋 롬니 “미약한 경제 회복 책임져야” 역공

“4년 전보다 살림살이가 나아졌습니까?”

지난 1980년 미국 대선에서 로널드 레이건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오는 11월에 시행될 대선에서도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레이건은 32년 전 경쟁자였던 지미 카터 당시 대통령과의 토론회에서 이 질문을 던져 승기를 잡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올해 대선의 쟁점이 경제 문제로 집중되고 있다면서 앞으로 나올 경제 성적표가 유권자들의 표심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측은 2009년 1월 취임해 2008년에 발생한 금융위기를 극복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공화당의 밋 롬니 후보는 현 대통령이 상황을 악화시켰고 미약한 경제 회복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많은 미국인은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지만 최근의 주요 경제 지표는 금융위기 때보다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부진한 경제 지표에 대한 실망감은 여론 조사 결과에도 나타났다.

WSJ과 NBC 방송이 지난 1월부터 최근까지 6차례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롬니에게 근소한 리드를 지키고 있지만 오바마의 경제 정책에 대한 지지도는 45%를 넘긴 적이 없었으며 반대 의견은 50~53%에 달했다.

특히 일반 유권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고용과 소득, 부동산 관련 지표는 악화했다.

현재 실업률은 8.3%로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이후 재선을 노렸던 모든 대통령의 집권 시기보다 높다.

오바마 대통령 집권 기간에 개인의 실질 가처분소득은 0.3% 떨어져 재선에 성공했거나 재선에 실패했던 역대 대통령 때보다 부진했다.

개인의 실질 가처분소득은 재선에 성공한 리처드 닉슨과 레이건,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당시에는 5~10% 늘었고 재선에 실패한 카터와 조지 H.W. 부시 때에도 3~5% 증가했다.

미국 가계의 부동산 가치도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가계의 부동산 가치는 6조7천억달러로 2008년 말보다 낮고 최고치인 2006년 2분기의 13조9천억달러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늘어난 수요에 대처하려고 고용을 늘리는 지방의 제조업체처럼 오바마 경제의 밝은 부분도 있지만 현재의 경제 상황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WSJ는 4년 전보다 형편이 좋아졌다는 사람들도 수입이 늘어나서가 아니라 빚을 줄여 재무 상태가 좋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론조사 기관인 퓨리서치센터의 앤드루 코헛 사장은 “오바마 대통령의 가장 큰 숙제는 자신의 경제 정책에 대한 실망감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유권자들의 결정 과정에서 경제 위기를 물려 받았고 더 큰 위기를 막았다는 것은 현재 상황과 같은 무게를 가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