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

실제로는 곰이 매우 영리하지만 사람들은 곰이 매우 우둔하고 어리석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우둔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미련한 곰탱이”라고도 한다. 이같은 곰의 어리석음을 우화적으로 표현한 이야기 중에는 “곰잡는 법”이란 우스개가 있다. 곰을 잡으려면 곰이 다니는 길에 큰 바위를 나무에 매달아 놓으면 곰이 바위를 돌아가지않고 머리로 바위를 치우려고 부딪치다가 끝내 머리가 깨져 죽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곰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KTX의 잦은 사고로 국민들 등골에 식은 땀을 흐르게 하는 코레일을 보면 이런 곰보다 더 미련하게 보이는 사람들의 집단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지난 27일 무려 20.3Km의 국내최장 금정터널 안에서 KTX열차가 멈춰서 승객 560여명이 68분동안이나 삼복의 폭염속에 엄청난 더위와 불안을 겪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번 사고는 터널내 정차사고로는 최장 기록이기도 하지만 2010년 이래 2년 남짓 동안 이 터널안에서만 일어난 인명사고의 위험이 높은 KTX사고는 다섯 차례나 된다. 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이번 사고가 차량 출발 직후 기관사가 중대고장 발생 사실을 알고서도 2시간30분이나 그대로 질주하다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쯤되면 코레일이 국민들을 혹시나 곰처럼 생각하고 있지나 않는지 의심해보지 않을 수 없다. 아니 차라리 곰은 어리석기 때문이라 치부해도 사람의 생명을 이처럼 가볍게 보는데 대해 당해 기관사는 물론 코레일 경영진에게 정신진단을 권유해 보고 싶다.

이밖에도 KTX는 경북 김천과 충북 영동을 잇는 황악터널, 경기 광명역 인근 일직터널 등에서 정차와 탈선사고를 일으켰다. KTX의 잦은 사고는 단순한 철도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장거리 여행자들의 대다수가 대중여행 수단으로 열차를 이용하고 열차 중에서도 KTX를 타는 상황에서 KTX의 불안은 국민전체의 불안이다. 국민불안으로 확산될 정도라면 이는 단순한 열차사고를 넘어서는 국민적 재앙인 것이다. 국민적 재앙의 성격이라면 이 문제는 해결을 코레일에만 맡겨둘 일이 아니다. 정부가 나서야 할 것이다. 더욱이 KTX는 시설과 차량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가. 엄청난 국력을 쏟아서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온갖 반대와 비판이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결코 국민의 재앙으로 두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사고의 원인을 세밀하게 조사하고 사고 과정에서 승객의 불안과 불편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이 없었던 사유를 충분이 찾아내서 근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KTX사고를 분석해보면 이 열차를 운행했던 초기에는 거의 사고가 없었는데 그후 근년들어 사고가 잦은 추이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추이의 분석에서 대부분의 사고가 과도한 구조조정으로 정비인력이 부족한데서 비롯됐다는 설명이 있고보면 차량의 시설이나 구조에 문제가 있었다기 보다 인적 요인이 더 크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번 사고도 기관사가 냉각장치에 고장이 난 사실을 알고도 운행하다 일어났다는 것은 인재란 사실을 말해준다.

물론 정비인력을 줄인 것은 차량의 적자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변명할 수 있겠지만 적자보전 방식을 꼭 이렇게 해야만 될 것인가. 사고가 이만해서 망정이지 만에 하나 대형사고로 이어졌다면 승객들의 문제는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엄청난 피해를 가져올 것이고 차량과 선로 등의 시설 수리에 얼마나 많은 돈을 쏟아 부어야 할 것인가.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을 수 없는 손실을 안게 될 것이다

정부는 최근 일부 KTX 민영화 계획을 서두르고 있다. 이같은 사고를 보고 있노라면 민영화보다 더 시급한 일이 KTX의 안전사고를 막고 사고에 대비한 각종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코레일이 KTX안전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수습하지 못한다면 정부는 KTX의 운행을 폐쇄하는 문제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더 큰 사고가 나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