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찜통처럼 더운 날 바닷가가 최고”
늦은 밤 피서객들 몰리자 상인들 함박웃음

▲ 연이은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포항 북부해수욕장에서 두 여성이 뜨거운 태양아래 모래찜질을 하고있다. /안성용 객원기자

연이은 폭염으로 전국이 불 위의 가마솥이다.

대구·경북에서도 폭염이 밤·낮 없이 시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밤사이 충분히 휴식을 하고 다음 날 일상에 복귀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열대야는 그야말로 불청객.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는 말이 있다. 집에서 에어컨과 선풍기 바람에 열대야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운동과 산책을 하거나 시원한 바다에서 간식을 먹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열대야를 즐기는 현장을 가봤다.

◇열대야, 피하지 말고 즐겨라

낮 최고 기온이 32·2℃를 기록한 지난 28일 밤 9시30분께 포항북부해수욕장.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뜨거운 공기에도 불구하고 백사장과 자연 테마거리에는 시민과 피서객들로 붐볐다.

테마거리에서는 유모차를 끄는 젊은 부부, 애완견과 운동을 하거나 집에서 가져온 과일과 간식을 먹는 친구와 가족 단위 피서객이 눈에 띄었다.

제9회 포항불빛축제의 개막식이 열렸던 이날 백사장에는 포항을 찾은 외지관광객과 시민들로 가득찼다. 이들은 돗자리를 깔고 앉아 저 멀리 형산강변의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는 불빛을 보며 환호성을 질렀다.

연인들이 손을 꼭 잡고, 10대들은 맨 모래에 드러누워 열대야를 즐기기도 했다. 또 집에서 가져온 과일과 간식을 먹으며 늦은 밤 시간을 보내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가족과 함께 나온 김희영(35·여·두호동)씨는 “집에 있으니 덥고 답답해 일부러 북부해수욕장을 찾아왔다”며 “바다와 포스코 야경을 보면서 집에서 가져온 수박을 먹으니 더위가 싹 가신 거 같다”고 말했다.

해안도로를 달리는 자전거족들도 쉽게 눈에 띄었다. 양학동에서 자전거를 타고 온 김수환(23)씨는 “운동도 하면서 더위를 식히기 위해 해수욕장에 왔다”면서 “밤에도 찜통처럼 더운 오늘 같은 날은 바닷가가 최고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열대야 손님에 상인들 함박웃음

늦은 밤까지 피서객이 몰리자 조개구이집과 편의점 등 북부해수욕장 일대 상가는 평소보다 늘어난 손님에 함박웃음이다. 사실상 성수기가 시작된 것이다. 상가마다 에어컨을 가동시켜 시원한 자리에 앉아 런던올림픽을 즐기는 이들도 쉽게 눈에 띄었다. 편의점마다 아이스크림과 음료수 등 간식 먹으려는 손님들로, 횟집과 조개구이집 등 식당은 야식 손님들로 붐볐다.

한 조개구이집 직원은 “휴가철에다 불빛축제, 그리고 런던올림픽까지 열리는 바람에 가게 문을 열고 나서 종일 쉴 틈이 없을 정도였다”며 “날마다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밤이 깊어질수록 술을 과하게 마신 사람들의 추태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한 중년 남성은 술에 취해 바닷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또 해변가 곳곳은 술병과 각종 쓰레기로 넘쳐났다. 시민 윤모(31·북구)씨는 “당사자는 흥에 겨워 행동할 수 있지만 이곳을 찾은 시민들에게는 불쾌한 행동”이라며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을 버리고 타인을 위해서 행동하는 선진시민의식이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김남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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