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

이명박 정부가 임기말을 눈앞에 두고 비참하게 허물어지고 있다. 대통령의 멘토와 친형이 비리로 사법처리되는 상황은 아무리 권부의 정점에 서 있는 대통령일지라도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을 것이다. 외교적으로도 한일군사협정의 밀실처리 문제로 국민의 반발과 비난 속에 체결이 불발되고, 일본정부의 항의로 국격 추락의 망신을 당한 것은 더 이상 국정운영에 신뢰를 보내기 어려울 지경이다. 이명박 정부의 말로를 보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이러다가 앞으로 남은 짧은 임기지만 국정을 제대로 끌고갈 수 있을지 정부에 대한 불안감이 더 커진다.

그러나 국민들은 현 정부의 몰락 못지않게 반년후 쯤이면 실체를 드러낼 차기정부의 역량과 도덕성에 대해서도 지대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6월 항쟁 이후 민주적 정권교체는 성공적으로 이룩했지만 정권교체기 마다 겪는 임기말 정권의 이같은 비리와 무능에 이제는 진저리가 났고, 이번만은 그런 정부가 탄생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진행되고 있는 대선정국을 보면 이같은 국민의 기대가 충족될지는 의문이다.

여당은 현 정부의 실정과 비리에 공동 책임을 면할 수 없는 측면을 가지고 있지만 새로운 정강정책과 기득권 포기 등의 도덕성을 내세우며 현정부와 차별화하려는 모습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현 정부와 차별화되는 대선후보와 정책을 내세웠다고 볼 것인지의 문제는 전적으로 국민의 판단에 달려 있다. 국민들이 새누리당 후보에 대해 현정부의 책임을 물어 지지를 하지 않을 경우 정권 대안 세력인 야당 후보에게 지지를 보낼 가능성이 커진다. 그렇다고 무조건 야당 후보를 지지하지는 않을 것이다. 야당이 수권능력과 국정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대안 정당으로서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단순히 여권의 잘못에 대한 반사이익이나 정치공학적 술수만으로는 여권에 대한 비판세력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 지난 4·11총선 결과 민주당의 패배가 이를 말해주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의 경우도 민심의 흐름은 마찬가지다.

민주당의 최근 자세를 보면 지난 총선 때와 마찬가지로 현 정부의 실정에 대한 대안세력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얻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확실한 책임정당으로서 모습을 찾기 어려워 국민에게 많은 실망을 주고있다. 민주당이 19대국회 늑장 개원에 대해 여당 책임만 강조했을 뿐 자신들의 책임에 대해서는 외면했던 사실은 접어두더라도 최근 노수희 범민련남측본부 부의장의 김정일사망 100일 추모행사를 위한 무단방북과 북한찬양후 귀환한 사실에 침묵하고 있는 점은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노수희가 누구인가? 4·11총선에서 민주당과 진보당의 선거연대에 중심적 역할을 했던 장본인이 아닌가. 당시 선거연대 성공을 기념하는 사진에 들어있는 그의 얼굴은 무엇인가. 아직도 민주당은 대선에서 진보당과의 선거연대를 파기할지 여부를 공식 표명하지 않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도 선거연대가 종북세력을 대거 국회에 진입할 수 있게 만들었는데, 대선에서도 이들의 도움을 받아 집권을 노리려는 것인가. 적어도 북한정권의 하수인인 노수희와 손잡았던 일에 대한 전말을 소명하고 사과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다. 그것이 국민이 대안정당인 야당의 정체성에 신뢰를 가질 수 있는 첫 걸음이다.

민주당은 현 정부의 한일군사협정 체결 반대와 철폐를 주장하면서 새누리당의 다음 정권 처리 당론과 맞서고 있다. 물론 민주당은 당론으로 한일군사협정을 반대할 수 있고, 밀실처리로 밀어붙이려 했던 현 정부의 오만에 철퇴를 가할 수 있다. 국민들도 비판에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세계 24개국 정부와 이같은 협정을 맺었고, 앞으로 중국과도 맺을 계획이다. 지금 우리는 일본에 대해 군국주의 부활도 견제해야 하지만 중국과 북한의 견제에도 협력을 얻어야 하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수권정당이라면 국민정서에 편승해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양면성에 대한 심도있는 대답도 내놓아야 한다. 그것이 책임정당 회복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