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佛정상 담판에도 유로위기 돌파구 못찾아
반롬푀이 “공동 이해 이끌어내는데 만족해야 할 것”

독일이 돈줄을 푸는데 여전히 인색한 상황에서 유럽연합(EU) 정상회담이 이틀간 일정으로 28일(이하 현지시간) 브뤼셀에서 개막한다.

그러나 전망은 암울하다.

지난 22일 유로 4강인 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정상이 대좌한 데 이어 27일에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막판 담판했으나 이렇다 할 돌파구 소식이 나오지 않았다.

메르켈은 지난 며칠 잇따라 `원칙은 변함없다`고 강조해 이미 정상회동 전망을 어둡게 했다.

그는 독일 의회 연설에서도 “정상회담에서 공동 채무 문제에 너무 초점이 맞춰질 것인데 반해 (재정) 통제 강화와 구조 개선 문제는 너무 등한시될 것임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파리로 이동한 메르켈은 올랑드와 실무 만찬에 들어가기에 앞서 낸 짤막한 성명에서도 유로존 공동 채무에 대한 반대 견해가 불변이라고 다시 한번 못박았다.

올랑드 역시 유로 동맹을 `재정-정치 동맹`으로 격상시키자는 메르켈의 바람에 즉각 동조할 의향이 아님을 거듭 시사해 유로존 2강의 막판 절충 전망을 더욱 어둡게 했다.

이와 관련, 헤르만 반롬푀이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이번 정상회담이 유로존의 결속을 강화하는 데 대한 역내 정상의 “공동 이해”를 이끌어내는데 만족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롬푀이는 이런 점을 지적한 서한을 전날 EU 정상들에게 보냈다고 밝혔다.

그는 유로존 정상들이 EU 회담 후 별도 회동할 예정이라는 점도 확인했다.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도 이번 EU 정상회담이 “매우 힘들 것”이라면서 “일요일까지 (브뤼셀에) 남아 작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메르켈이 상대적으로 유연한 태도를 보여온 `은행 동맹`도 돌연 걸림돌에 봉착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폴란드와 체코가 예금 공동 보증과 은행 공동 규제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28일 보도했다.

FT는 동유럽이 유로 위기의 파편을 우려해왔음을 상기시키면서 특히 폴란드와 체코는 외국 자본의 은행 잠식이 심각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체코는 은행의 90%를 외국 은행이 장악하고 있으며 폴란드도 그 비율이 3분의 2가량이라고 FT는 설명했다. EU 집행위는 이런 여러 제약을 고려한 듯 이번 정상회동에서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단기 대책 마련에서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EU의 올리 렌 경제통화담당 집행위원은 기자들에게 “(단기 대책이) 집행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렌은 또 집행위가 유로 위기국 정부와 은행간 “악순환의 고리”를 깨는 것을 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르켈도 파리에서 올랑드와 담판하기에 앞서 EU 정상회담에서 1천300억 유로의 경기 부양 패키지가 확정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AP통신은 메르켈이 EU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올랑드와의 견해차가 부각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이처럼 강조한 것으로 풀이했다.

EU 내의 신뢰 상실도 경고됐다.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블룸버그 TV 회견에서 독일을 비롯한 유로 핵심 국과 주변 국간 신뢰가 깨졌기 때문에 정상회동에서 돌파구가 나오기 힘들다고 말했다.

시장도 여전히 냉랭하기 이를 데 없다. 스페인 국채 10년 물 수익률이 27일 또다시 6.9%를 넘어 `마의 7%`에 바짝 접근했다.

이탈리아도 이날 6개월 만기 채를 발행하면서 2.96%의 발행 금리를 적용했다.

이는 한 달여 전의 2.1%에 비해 크게 뛴 것이다.

이탈리아에 대한 시장 압박도 갈수록 심해진다는 의미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이날 “스페인이 이렇게 과중한 차입 부담에 오래 버틸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시장에 접근할 수 없는 금융기관이 우리는 물론이며 이탈리아와 다른 유로국에도 많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