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흑인사회, 동성결혼 놓고 분란

미국 흑인사회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킹 목사 가문이 동성결혼에 반대하고 나섰다.

흑인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 발언을 계기로 동성결혼에 대한 흑인들의 거부감이 급격히 줄어드는 분위기에 제동을 거는 것이어서 관심을 끈다.

마틴 킹 주니어 목사의 여자 조카인 알베다 킹 전 조지아주 하원의원은 30일(현지시간) 애틀랜타 WXIA 방송의 대담프로에 출연, “삼촌과 아버지(A.D 킹), 할아버지(마틴 루터 킹 시니어)가 살아계셨더라면 동성결혼에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알베다는 추정의 근거로 킹 목사가 민권 투사이기 전에 기독교 성직자였다는 점을 내세웠다.

알베다는 킹 목사가 비폭력과 평화를 외친 것도 성경에 기초한 것이라면서 “성경에는 분명히 결혼을 남자와 여자의 결합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성경에서 동성애는 인간이 동물과 교접하는 수간과 마찬가지로 사형에 처해야 할 반인륜적 극악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킹 목사 가문이 그동안 게이사회의 주장을 지지하고 때로는 연대하면서도 동성결혼에 대해서만큼은 선을 그어온 것도 가문의 존립 기반이기도 한 기독교적 윤리관 때문이었다.

킹 목사가 낳은 2남2녀 중 막내 딸로, 킹 목사 후손 중에서 가장 정치적 영향력이 큰 버니스 킹 목사도 동성결혼 반대론자로 유명하다.

미국 남부기독교지도자협의회와 킹목사기념사업회를 이끌고 있는 버니스는 지난 2004년 애틀랜타에서 열린 동성결혼 합법화 반대시위에 참석, 게이단체들과 충돌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킹 목사 가문도 오바마와 함께 갈 수밖에 없는 정치 상황 때문에 동성애에 대한 태도를 바꿀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전통적으로 동성애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흑인들이 오바마의 발언 이후 동성결혼에 찬성 입장으로 급격하게 돌아서고 있는 추세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지난 23일 발표된 워싱턴포스트-ABC 방송 합동 여론조사에서는 동성결혼에 대한 흑인들의 찬성률이 59%로, 오바마가 지지 발언을 한 지 불과 2주 만에 18%포인트나 올랐다.

보수적인 남부의 관문으로, 이달 초 결혼을 남녀의 결합으로 규정한 헌법 개정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킨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도 동성결혼에 대한 흑인들의 지지율이 2주 만에 11% 포인트 오른 55%로 절반을 넘었다. 최근에는 미국 최대의 흑인 권익단체인 전미유색인종발전협회(NAACP)와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도 동성결혼 지지 입장을 내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