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으로 루피화 가치 하락·투자감소 등 성장 주춤

인도 집권연정이 최근 출범 3주년을 자축했지만 분위기는 그리 밝지 못했다고 한다.

루피화의 가치 하락과 투자 감소, 물가 상승, 재정적자 확대 등 경제 전반에 심각한 경고음이 울려퍼지고 있는 탓이다. 인도의 단기 성장이 주춤하고 있지만 성장세가 아예 중단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중국과 마찬가지로 인도 경제마저 악화되면서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에 그랬듯이 비(非)서방권을 대표하는 이들 신흥국이 세계 경제를 회생시킬 것이라는 기대는 점차 물건너가는 분위기라고 뉴욕타임스(NYT)가 30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인도는 글로벌 경제가 다시 한번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상황에서 자체적인 경제난을 맞았다.

유럽에서는 재정위기가 계속되면서 유로존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고 미국은 여전히 높은 실업률에 허덕인다. 중국 역시 부동산 경기 침체와 수출 둔화 등으로 성장세가 크게 둔화된 상태다.

이처럼 중차대한 시점에 다른 신흥국인 브라질 등의 경제도 추락하면서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한 비관론을 더하고 있다.

인구대국인 인도는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중국과 맞먹을 정도의 초고속 성장을 일궈냈다. 인도 정부 당국자들이 9%대 이상의 경제성장을 달성할 것이라고 큰소리쳤던 것도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미국은 이런 인도를 중국을 견제할 유력한 대항마로 보고 경제를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양자관계를 확대했다.

일각에서는 세계경제의 둔화가 인도에 오히려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내리막길을 걷는 서방 선진국 대신 인도에 돈을 집어넣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올해도 인도는 예년보다는 못하지만 6~7%의 경제성장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전문가는 인도가 청년인구가 가장 두터운 국가라는 점에서 장기적 전망은 여전히 괜찮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도 내부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성장률이 점차 둔화되면서 재계와 정치권에서는 과거와 같은 낙관론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고 집권연정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인도의 기업인과 외국인 투자자, 시장 분석가들은 정부의 무능으로 인해 인도의 잠재력이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 매몰된 정치인들과 우유부단한 정부, 정책당국의 권위를 갉아 먹는 만연한 부정부패 등이 고질적인 문제로 지목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인도 특유의 관료주의 때문에 현지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꺼린다. 인도 기업인들 역시 인허가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도 너무 오래 걸린다는 점 때문에 자국 대신 해외 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

2010년 300억달러에 달했던 인도 주식과 채권에 대한 외국인 투자액이 지난해에는 160억달러로 줄어든 것은 투자자들이 더 이상 인도를 매력적인 시장으로 보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외국인의 인도에 대한 실망감은 최근 다시 한번 심화됐다. 인도 재무부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적자를 타개하려고 현지에서 사업하는 외국인 기업에 대한 세금을 대폭 늘리는 무리수를 뒀기 때문이다.

뉴델리 소재 싱크탱크인 정책연구센터의 프라탑 바누 메타 소장은 “조용한 신뢰의 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며 “규제당국과 세금정책에 대한 믿음을 찾아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도 집권연장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국민의 인기를 의식해 정치적으로 고통스런 결단을 계속 미룰 경우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글렌 레빈 연구원은 “인도 정부는 상황이 비교적 괜찮았던 2008년에는 경제 관점에서 외부 충격에 대응했다”며 “하지만 이제 많은 사람들이 인도의 장기 전망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것이 그때와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