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

4·11총선 결과 가장 성공한 정당은 통합진보당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선거결과에 당직자들도 매우 기뻐했다. 통합진보당이 얻은 의석은 지역구 7석과 비례대표 6석으로 13석을 얻어 18대국회의 같은 계열인 민노당 5석에 비해 크게 약진했고 원내 제3당이 돼 국회내 비중이 엄청나게 높아졌다. 새누리당과 통합민주당이 원내에서 팽팽하게 맞설 경우 진보당이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되는 막강한 의회 권력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더욱이 12월 대선에서 민주당-진보당 야권연대가 승리한다면 공동정부의 한 축으로써 집권세력의 파워까지 가지게 된다. 야권연대는 후보단일화 뿐아니라 공동정책 합의와 노선합의를 전제로 하는 것이고 이같은 합의 과정에서 주한미군철수, 한미FTA반대, 제주해군기지반대 등 진보당의 주요 정책노선이 채택됐다는 점에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힘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진보당이 정당한 절차와 방법으로 당당하게 국민의 지지를 획득했다면 그것은 법적 정당성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문제될 게 없다. 그동안 진보당은 주사파인 NL계열과 종북적 의혹을 받고 있는 경기동부연합 등의 정파가 당권을 장악해 왔다지만 그것도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현행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면 시비는 있을 수 있어도 법적 문제를 삼기는 어렵다. 이같이 진보당이 총선에서는 성공했다지만 이정희 대표 지역구에서 야권통합후보 경선과정의 부정이 불거졌고 최근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에서 총체적 부정선거 양태가 자체조사에서 드러나 당이 혼란에 빠졌다. 진보당은 선거와 관련해 완전히 도덕성을 상실했고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조차 `진보`란 간판을 내려야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자체조사에서 무자격자의 투표, 무더기 투표, 공개투표, 동일인의 중복 전자투표 등 정상적인 선거라고 볼 수 없는 총체적 부정선거였다는 것이 보고서의 내용이다.

이를 수습하기 위해 개최된 진보당 운영위원회도 당권파는 이같은 당내조사 내용에 대해 반발하면서 부정한 방법으로 선출된 후보들은 사퇴를 거부했다. 부정선거에 책임이 있는 당직자들도 상응하는 조치와 사과를 거부했다. 이들은 재조사를 요구하면서 부정선거의 결과를 그대로 밀어붙이려 하고 있는 것이다. 오로지 눈앞에 놓인 권력에만 매달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진보당은 권력 앞에 눈이 먼 과거 독재정부의 부정을 답습하고 이를 시정할 수 있는 자정능력마저 상실하고 만 것이다. 이런 정당이 우리의 민주헌법 체제하에 정당으로 위상을 가진다는 것은 국민적 수치이며 국민의 세금으로 보조금을 주는 것도 황당하기 짝이 없다. 황차 공동정부의 한 축을 맡는 정당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소름끼치고 끔찍하다.

설사 일부의 주장대로 법체제의 미비로 인해 당내 경선부정이 법적 제제 대상이 되지않는다해도 부정선거에 의한 공직의 담임은 중대한 민주적 범죄임이 분명하다. 실질적으로 국민의 대표로 볼 수 없는 사람이 대표자격으로 헌법적 권능과 특혜를 받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그렇게 된다면 진보당은 국민적 공당이라기 보다 특정종파의 사당에 불과한 것이고 이는 어떻게 해서든 막아야 할 사태인 것이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진보당이 약진한 것은 야권연대에 크게 덕을 봤다는 여론이라고보면 이번 진보당 사태는 단순히 진보당만의 문제라고만 할 수 없다. 야권연대로 인한 후보단일화 과정의 부정경선을 그냥 눈감고 넘어간 것 자체가 관행처럼 자행돼 왔다는 진보당의 부정 선거습성을 키워온 것으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진보당이 특정 당권파의 사당화됐다면 공당과 사당이 연대하는 것이 과연 온당할 것인지도 생각해 볼 일이다. 그런 연대를 한다면 12월의 야권 대선연대는 공당이라기 보다 사당적 정치세력으로 평가될 수도 있지 않겟는가. 민주당은 이번 사태에 대해 공식적으로 “예의주시, 자정기대, 책임촉구, 연대지속”이라 했다. 현재까지의 흐름은 `연대지속`에 대한 의미를 되씹고 곱씹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