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굽이 돌아드는 해안 비경 `둘이라 더 황홀하더라`

모처럼의 주말, 작업 한답시고 매 주말마다 화실에만 박혀 있다 보니 남들이 흔히하는 봄 산행 한번 해보지 못했다. 올 봄은 비도 잦고 날씨도 을씨년스럽고, 이런 저런 핑계로 집사람에게 벚꽃구경도 한번 못 시켜 줬다는 자책감이 생겨 오늘은 하루 투자를 하기로 맘먹고 배낭 챙겨나오라 하니 집사람이 여간 신이난게 아니다. 상가에서 김밥 두어줄 사고 바로 동해안으로 달렸다.

강구항서 축산항까지 동해안 최절정 드라이브 코스

가슴 탁 트이는 걷기길 `블루로드` 색다른 풍경 연출

풍력발전단지·복사꽃곷 절경도 빼 놓을 수 없는 명소

목적지는 지난번 스케치를 위해 알아둔 고래불 해수욕장 바로 밑에 있는 영해 대진해수욕장까지 올라가서 반대로 축산항, 경정해변을 돌아 강구항까지 내려오는 동해바다의 최절정 드라이브 코스를 소개해주겠다는 야심찬 나의 말에 집사람은 연거푸 환호성이다. 라디오에는 Julie London 의 `Sway`가 흘러나오고 있다.

 

`영덕 대게`로 유명한 영덕은 탁 트인 바다와 멋진 해돋이, 끝도 없이 펼쳐지는 고운 모래사장 등 묵은 마음을 차분히 비워 낼 분위기를 모두 갖추고 있는 곳이다.

7번국도를 타고 강구항을 지나 한참을 달려오니 첫 번째 코스 대진해수욕장이 나온다. 민물과 바닷물이 교차되는 폭 200m의 송천천이 있어 여름이면 담수욕까지 즐길 수 있다는 곳이다. 여기서부터 이제 30여km의 해안도로 드라이브는 환상적이라 할 수 있다. 절대 혼자는 달리지 마라. 연인과 달려라고 전하고 싶다.

해안의 비경은 생각보다 거칠고 동해안의 생동감이 그대로 전해지는 느낌이다. 한참 달려오다 보면 축산항이 나온다. 규모는 강구항에 비해 작지만 4, 5월에 열리는 물가자미 축제나 죽도산의 끼고 동해안을 연결한 블루로드가 잘 알려져 많은 사람들이 찾는곳이다. 전망대로 오르는 산책로 계단도 예쁘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니 숨이 차다. (에고, 담배 끊어야 겠다.)

전망대에 오르니 푸른 동해와 더불어 그림같은 경관이 펼쳐진다. 저 멀리 영덕의 풍력 발전소 단지가 가물가물 보인다. 정자 아래 주차를 하고 잠시 영상비디오를 촬영하기 위해 해안 바닷가에 오르니 2~3m 파도가 장관이다.

시간만 되면 블루로드를 끝까지 한번 걸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시 차를 몰아 내려간다. 멀리 보이는 풍력 발전기만 보며 좁은 해안도로를 따라 내려가다 보니, 예쁜 펜션들이 너무 많이 들어서 있다. 언덕 위에 자리 잡은 바람개비 모양의 발전기는 영덕군 전체 전력 소비량을 모두 소화해 낼 수 있는 풍력발전기다.

청정 자연에 딱 어울리는 청정 에너지인 셈이다.

강축도로 중간쯤인 영덕읍 창포리 해맞이공원에는 등대 전체가 대형대게 형상으로 뒤덮인 창포말등대와 절벽을 따라 해안까지 내려가는 계단에 설치된 대게형상의 루미나리에는 영덕에서만 볼 수 있는 색다른 볼거리다.

또한 해맞이공원 위쪽 태백준령자락에는 지난 2005년 가동에 들어간 영덕풍력발전단지가 있어 또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날개길이만 41m에 이르는 24개의 풍력발전기가 동해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을 타고 `휘~익, 휘~익`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다보면 어느새 풍차의 나라 네덜란드에 서 있는 듯한 착각 속에 빠져든다.

 

꼭 둘러보아야 할 곳은 `블루로드`라는 트레킹 코스. 강구항에서 고래불해수욕장에 이르는 50km의 가슴 탁 트이는 걷기길이다.

`블루로드`를 아는 사람들은 이름을 참 잘 지었다고 입을 모은다. 비록 순우리말은 아니라지만 해변을 끼고 걷는 코스의 특성을 곧잘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영덕 블루로드는 세 코스로 이뤄져 있다. 각 구간 마다 색다른 풍경과 정취를 담아낸다.

A코스(17.5km)는 강구항에서 고불봉과 풍력발전단지를 거쳐 창포리 해맞이공원에 이르는 산길이다. 싱그러운 피톤치드 속에 멀리 펼쳐진 동해의 푸른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숲길이다. 아울러 해맞이공원~대탄~석리~경정~차유~축산항을 거치는 B코스(15km)는 영덕 해안의 진수를 맛보는 코스이다. 아름다운 바닷길을 굽이돌며 표주박처럼 들어선 갯마을 포구를 경유하는 그림 같은 트레킹 길이 펼쳐진다. 마지막 C코스는 축산항~대소산 봉수대~목은 이색(고려시대 학자)의 산책로~괴시리 전통마을~고래불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문화유산 답사길이다. 아름다운 자연 이상으로 영덕의 내력과 역사를 더듬어 볼 수 있다.

블루로드의 시작은 영덕대게의 집산지 강구항이다. 포구 뒤편 산등성이 마을로 올라가는 좁은 길이 그 출발점이다. 버스정류장에서 부터 길바닥에 노란색 화살표를 그려두었다. 가파른 골목길을 따라 10분 남짓이면 마을 뒤 언덕배기에 오를 수 있다. 자그만 오두막이며, 빈집이 섞여 있는 전형적인 바닷가 산동네의 모습이 정겹다.

국내 최대 복숭아 산지인 영덕의 복숭아 꽃 절경도 빼놓을 수 없는 관광명소다.

무더운 날씨가 시작된다. 여행객들에게 영해 축산항에서 강구항까지의 드라이브 코스를 꼭 알려주고 싶다.

큰 맘먹고 대게 한마리 시켜 집사람 앞에 놓으니 스스로 뿌듯하다. 이번 여행은 모처럼 집사람에게도 좋은 추억하나 만들어 준 기분좋은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