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이상현상… 신기루 때문에 비극 맞았다?

▲ 3차원 입체영상(3D)으로 변환된 미국 영화감독 제임스 캐머런 영화 `타이타닉`의 한 장면. 파라마운트 픽처스가 28일(현지시간) 공개했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ㆍ케이트 윈즐릿 주연의 `타이타닉`은 1997년 개봉돼 아카데미상 작품상과 감독상 등 11개 부문을 휩쓸면서 세계적으로 18억달러의 입장수입을 올려 2009년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가 나오기 전까지 역대 최고의 흥행실적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타이타닉호의 대참사 원인에 대한 추정이 사건 발생 100주년을 맞아서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그동안 이 사건에 대해 두 차례의 정부 조사와 수많은 저서, 영화가 제작됐지만 그 수정처럼 맑고 추운 밤에 이 배가 빙산과 충돌해 침몰한 이유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타이타닉호의 비극은 인간의 실수와 자만을 넘어서는 대기의 이상 현상이나 천문학적 요인 때문이라는 가설이 새롭게 제기됐다.

타이타닉이 이상대기 현상, 구체적으로는 신기루 때문에 비극을 맞았다는 주장은 이 사건에 대해 3권의 저술을 낸 역사가 팀 맬틴의 추측이다.

그는 최근 `매우 헷갈리는 밤`(A Very Deceiving Night)이라는 제목으로 발간한 전자책에서 구름 한 점 없던 맑은 밤에 공기층이 타이타닉호 선원들을 어떻게 혼란스럽게 했을지를 상세히 추정했다.

맬틴은 “이 사건은 피할 수 없는 실수”였다면서 “공기 밀도의 차이가 원인”이라고 말했다.

당시 사고가 난 북대서양 해역은 이틀 동안 아주 맑고 평온한 날씨가 이어졌으며 이런 기상 상황은 이 해역에서 운항하던 모든 선박이 기록하고 있다고 맬틴은 지적했다.

그는 이토록 맑고 차가운 바다 위의 공기층은 빛을 평소보다 더 밑으로 굴절시키는 작용을 한다고 말했다.

맬틴은 “수평선에 안개가 있었고 안갯속에 빙산이 갑자기 나타났다”고 타이타닉호의 일등 항해사 윌리엄 맥마스터 머독이 말했다는 이등 항해사의 증언 내용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 구조에 나섰던 선박들을 포함해 다른 배들도 이와 비슷한 착시 현상을 보고하면서 빙산을 피해 항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고했다고 덧붙였다.

맬틴은 영국 기상학자들이 사고 발생 이후 이 해역의 대기역전 현상을 관찰한 결과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빈도가 관찰횟수의 60%나 됐다고 밝혔다.

미국 텍사스 주립대학 물리학자 도널드 올슨과 럿셀 도스커는 맬틴의 가설과 부합하는 새로운 추정을 천문학 월간지 스카이 앤드 텔레스코프에 발표했다.

올슨은 타이타닉 참사가 일어나기 몇 달 전에 달과 태양, 지구가 일직선으로 배열돼 지구의 밀물과 썰물을 더욱 세게 만들었으며 당시 지구는 그 이전 1천400년 동안 가장 달에 가까운 위치였다고 계산했다.

올슨은 이례적으로 강력했던 이 밀물과 썰물이 그린란드의 빙하에서 빙산을 떼어냈고 이 빙산들은 해류를 타고 남쪽으로 이동해 북미의 래브라도 반도와 뉴펀들랜드 섬 인근에서 머물다가 다시 천천히 남쪽으로 이동, 타이타닉호의 항로에 끼어들었다고 추정했다.

맬틴은 빙산이 바다에 아주 차가운 물흐름을 만들어내 신기루 효과를 증폭시킨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고 원인과 관련해 여러 가설이 제시될 수 있겠지만 타이타닉호가 안전 항해수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사고가 일어난 4월14일 밤 타이타닉호는 한 시간 전에 사고 해역을 통과한 캘리포니안호에서 보낸 전문을 비롯해 7통의 엄중한 빙산 위험 경고 전문을 받았다.

캘리포니안호의 전문은 “지금 배를 세웠고 얼음에 포위돼 있다”는 것이었다.

타이타닉호는 이 전문에 대해 “아무 말 마라. 우리는 바쁘다”는 답신을 보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