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던가. 최근 터져나온 경찰 부패와 무능, 거짓말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룸살롱 업주에게서 뇌물을 받은 경찰관들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수원의 20대 여성 납치 살인 사건이 터졌다. 피해 여성이 112 신고전화로 범행장소를 자세히 설명했으나, 경찰이 안일하고 무능하게 대처하는 사이 이 여성은 살인마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됐다. 피해자는 첫 신고후에도 6시간 반 이상 생존해 있었던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초동 수사만 잘했어도 피해자가 생명을 보전했을 것이다. 밤새 공포에 떨며 경찰을 기다렸을 피해자를 생각하면 슬픔과 함께 경찰의 무능에 분노가 치민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경찰이 뇌물을 받아 챙기는데는 빠르고, 위험에 처한 시민을 구하는데는 무능하기 짝이 없다. 그러면서 사건이 불거지면 거짓 해명을 늘어놓고 있다. 경찰은 당초 신고전화가 15초에 불과했고, 신고자가 정확한 위치를 말하지 않았으며, 사건 당일밤 경찰관 35명을 투입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신고전화는 7분36초나 켜져있었고, 피해자는 위치를 비교적 상세히 설명했으며, 사건 당일밤 현장에 투입된 경찰관은 겨우 6명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의 자질과 교육 문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특히 112 신고와 관련된 현장 출동 체계나 보고체계가 너무나 허술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신고를 받은 근무자는 112 신고센터에서 근무한 지 두 달밖에 안됐고, 신고전화 응대요령도 익히지 못했다. 담당 경찰관들이 피해자의 비명을 전화로 들으며 “부부싸움같다”고 한 대목에서는 말문이 막힐 정도다. 신고 내용을 현장 경찰관들에게 전달하는 체계도 미흡하다. 피해자가 신고전화에서 “지동초등학교 좀 지나서 못골놀이터 전 집”이라고 장소를 자세히 설명했으나, 현장 경찰관들에게는 사건 현장이 `집안`이라는 중요한 팩트가 전달되지 않았다. 현장 경찰관들은 사안의 긴급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계속 초기의 부실정보만 계속 들어야 했다.

보고체계도 문제다. 중부경찰서장은 사건 발생 10시간 가까이 지난 다음날 오전 8시40분 오전회의때 이 사건을 보고받았고, 경기경찰청장은 녹취록이 7분36초에 달한다는 것도 사건 발생 6일만에 보고받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사건을 축소 은폐하거나 거짓말을 하는 악습이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를 위해 내부적으로 축소 은폐 거짓말에 대한 징계를 강화하는 등 체제를 전면 개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