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자문 한동대 교수

현재 우리 한국의 주거형태는 아파트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 주택 중 아파트의 비율이 55%를 넘어섰다는 정부의 발표를 기억하고 있다. 이 비율은 아마 점점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아파트들은 고층의 대형단지를 가진 것들도 있고 중저층에 작은 단지의 것들도 있다. 그 형태 면에서는 더욱 다양할 것인데, 우리가 보통 연립주택이라고 부르는 주거들도 아파트라고 보면 된다.

필자의 어린 시절인 60~70년대만 해도 서울에도 아파트가 막 생겨나는 시절이었다. 1960년대 초반 마포에 5층짜리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생겼고, 몇 년 후인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에 여의도와 한강변에 많은 아파트들이 지어졌었다. 하지만 그 때까지도 대부분의 국민은 단독주택 형식의 주거에 거주하고 있었다고 보면 된다.

지금은 대도시는 물론 중소도시에도 대규모 아파트단지들이 자리 잡았다. 우리보다 좀 더 발전이 앞서 나갔던 일본의 경우와 비교해도 우리 한국의 아파트 붐은 특이한 면이 있다. 우선 서울과 동경을 비교해보자. 김포공항에 착륙하기 전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서울의 풍경은 도심 및 부도심 가릴 것 없이 고층의 상가 및 오피스건물들이 즐비하지만, 더욱 눈에 뜨이는 것은 고층의 대단위 아파트단지들이다. 동경 도심의 아까사카 프린스호텔 25층에서 내려다본 동경의 풍경은 서울과는 다르다. 서울에서와 같은 큰 건물이나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눈에 뜨이지 않는다. 대개가 10층 정도의 상가, 오피스, 혹은 아파트 건물들이 수목들 사이로 무수히 눈에 뜨일 뿐이다. 두 도시 차이점의 원인은 두 민족 간의 사회적, 문화적 차이점을 포함하여 매우 다양할 것으로 생각되며, 어느 하나를 꼬집어 이야기하기 힘들 것이라고 보인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1970~80년대를 거치며 급격한 경제성장과 도시의 발달 등이 대규모 아파트 단지개발을 촉진시켰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우리는 일제시대와 6·25전쟁을 겪으며 많은 것들이 파괴되고 그 후 어려운 살림 속에 제대로 지어진 집들이 드물어 새롭게 지어지는 아파트에 열광적이었을 것 같다.

우리 한국의 아파트는 미국으로 치면 각 아파트 유닛이 개인소유인 고층의 콘도미니엄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고층의 주거가 인구밀도 높은 대도시에서는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더구나 요즈음은 에너지 절약과 인프라 비용을 줄이기 위한 압축도시 형성을 위해 모두가 노력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현대식 아파트의 효시라고 불리는 `위니테`가 4개동 337가구가 10층 정도의 높이로 프랑스 마르세이유에 세워진 것은 1952년이었다. 시의회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이 고층주거에 대한 많은 비평을 토해냈고, 주민들도 거부반응이 커서 오랫동안 비어 있어야 했다. 우리 한국의 경우도 아파트 도입 초창기에는 `사람이 땅을 디디며 살아야지` 등등 염려가 많았었음을 기억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이러한 고층아파트에 대한 찬반논의가 꽤 크게 있어왔다. 프랑스의 건축가 `르 코르브지`는 1933년에 발행된 그의 저서 `빛나는 도시`에서 300만 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고층도시를 제안하였다. 주거는 규격화되어 대량생산이 가능하며, 건물층수가 높이 올라감으로 인하여 정원 등의 공간은 오히려 많아지게 되어, 도시는 오히려 아름답게 꾸며지고 삶의 질도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 미국의 저널리스트인 `제인 제이콥스`는 1961년에 발행된 저서,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에서 1950년대 미국의 도시재생 정책을 비평하면서, 이러한 대규모 고층 주거가 비인간적인 규모이며 쓸데없이 도시 확장을 가져온다고 주장했다. 너무 높기 때문에 집에서는 창밖을 통하여 아이들이 노는 것도 지켜볼 수 없고, 이웃과도 교류가 없어 네이버후드가 파괴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신도시를 만들어 인프라에 쓸데없이 투자하지 말고, 이러한 작은 규모의 남겨진 땅에 작은 규모의 인간적인 스케일의 단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많은 미국인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었다.

어쨌든 고층의 대단위 주거와 저층의 단독주택들은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도시지역에서는 고층주거가 주된 주거형태로 변모되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