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 한다. 이 말에는 선거가 나라의 주인이 국민임을 보여주는 가장 화려한 상징이며 그것이 잘못되면 민주주의는 시들어 죽고 만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1987년 6월 항쟁의 성과로 우리는 선거에 의한 국회의 정상적 구성과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룩함으로써 훌륭하게 민주주의의 꽃을 피워왔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비록 법적 하자가 없는 합법적 선거를 해 온 것은 분명하나 선거의 승리와 패배가 국민의 올바른 뜻에 부합했던 것인지에는 많은 회의를 갖게한다. 특정 정치세력의 선거공작이나 흑색선전, 선동적 정치공세 등으로 민심이 왜곡되고, 그것이 부당한 승리를 만들어냈던 경우들을 뼈저리게 경험해 오면서 선거가 야바위 노름처럼 흘러가는 것을 개탄해왔다.

선거 때마다 온갖 사건들이 돌출하면서 폭로세력과 편향언론들이 만들어내는 혹세무민과 여·야 공방으로 국민들은 사건의 정확한 전말도 모른 채 넋을 잃을 지경이었다. 그같은 폭로의 대표적 사례가 김대업 병풍(兵風)이라 할 수 있다. 이미 사건의 전모가 드러났듯이 김대업 사건은 당시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의 아들 병역비리의혹을 허위로 폭로한 김대업의 주장을 언론들이 제대로 검증도 하지 않은 채 과대보도함으로써 상대후보인 노무현 후보가 당선된 생생한 기억을 우리는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이들 사건의 특징은 유권자인 국민이 사건의 진실을 제대로 규명하고 판단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짧은 선거기간내에 폭로나 공작이 이루어짐으로써 이를 주도하는 세력이 유리하게 선거를 이끌게 된다는 점이다.

4·11총선이 열흘 정도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 KBS새노조가 현 정부의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민간인이 포함된 광범위한 불법 사찰을 해 온 사실을 기록한 문건을 입수했다는 주장과 함께 이를 폭로한 사건도 이전의 김대업 사건의 전개와 흡사하다. 정치분석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4·11총선의 승패를 판가름할 폭발적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를 놓칠세라 야권연대는 이 대통령의 하야까지 주장하며 청와대와 여권에 대한 공격의 화력을 극대화하는 첫 반응을 보인 반면 여당은 특검을 통해 먼저 진실을 밝히고 정파를 초월해 불법사찰 근절을 위한 대책을 세우자고 역설했다.

그러나 직접 공격을 당한 청와대는 이번에 폭로된 문건은 노무현 정부 때의 사찰 내용이 80%라며 처음 문건을 공개한 KBS와 야권에 반박의 포문을 열고 자료공개도 할 수 있다고 맞섰다. KBS새노조는 청와대의 반박에 “구라, 격조있게 까라”고 비속어로 거짓인 양 몰아붙이다가 5시간 후에 오류를 사과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같이 노정권의 사찰이 불거진데 대해 “더러운 청와대의 물타기”라 비난했고 노무현 정권의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이를 전면 부인함으로써 이제 사실 자체를 무시하는 막무가네식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민들간에도 사실에 대한 규명보다 진영의 이해에 사로잡혀 일부에선 새누리당에 대한 극단적 공격을 하는 반면 일부에선 과거 김대업 사건의 재판이란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아직 이 문건은 누가 어떤 목적으로 어떤 방법과 절차를 거쳐 작성되었는지 전모를 밝혀내기 전까지는 많은 논란과 혼미를 거듭할 것 같다. 그러나 청와대가 일단 문서를 공개할 의향을 가진 만큼 선거기간내에 이를 공개해서 김대업 사건 때처럼 혹세무민(惑世誣民)으로 민심을 왜곡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을 계기로 선거기의 유언비어와 허위폭로 등 한건주의가 사라지게 하자면 폭로와 관련한 잘못을 범한 개인과 집단에 대해서는 법에 따른 엄중 처벌은 말할 것도 없고 표로써 엄중 심판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청와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현 정부의 민간인 불법사찰은 말할 것도 없고 노무현 정권당시의 불법사찰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와 처벌이 있어야 할 것이다. 당시 총리들에게도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것이 옳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