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흠 시사칼럼리스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국내원전은 안전하다고 장담했던 정부와 한수원이 고리원전1호기 비상발전기 고장사고에서 보여준 거짓말과 은폐의혹, 안전불감증 등을 보면서 국민들은 소름끼치고 두렵고 황당하기만 하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가공할 지옥의 황무지로 변한 일본 피해지역의 TV르포를 보고도 비상발전기의 고장을 제대로 점검도 않은 채 원자로를 가동한 한수원의 처사와 감독부서인 대통령직속의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지식경제부의 직무태만은 국민에게 엄청난 배신감과 불신을 준다.

특히 우리나라의 핵발전소 4개 지역 중 이번 사고원전이 포함된 3개 지역이 영남권 동해안에 집중돼 있고 그중에서도 경주와 울진 2개 지역에 원전이 가동되고 있는 경북지역민으로서는 불안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 가운데 올해 설계수명이 끝나는 경주 월성1호기의 연장가동을 추진하는 한수원에 대해 지역주민들의 우려와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영남권 지역민들의 신경은 극도로 예민할 수밖에 없다.

지금 국민들은 원전이 아무리 경제적으로 필요한 사업이고 기술적으로 안전성이 보장된다 해도 이번 경우처럼 관리태만과 직무유기로 사고의 가능성이 언제고 현실화될 수 있다면 원전사업은 절대로 추진해서 안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전기공급이 어렵더라도 대재앙을 당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시설의 안전성이 입증된다해도 시설을 관리하는 인적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다면 원전사업은 폐기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현재 가동 중인 원전에 대한 국민의 공포감을 씻어주기 위해서는 이미 계획된 원전건설을 추진하기에 앞서 기존의 모든 원전을 다시 점검하고 원자로에 전원을 공급하는 비상발전기 전체에 대한 점검을 해야 할 것이다. 설사 그렇게 하더라도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인 현행법에 따른 독점규제권을 가진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형식적인 민간환경감시기구에 의한 점검만으로는 불신을 씻을 수 없다. 고리1호기의 경우 이미 비상발전기의 정식 점검에서 정상작동으로 판정받았는데도 실제 고장난 상태로 있었던 사실은 부실점검을 드러낸 것이기 때문이다. 점검 시스템을 믿을 수 있도록 근본적인 개혁을 해야겠다는 것이다.

고리1호기 고장의혹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이를 밝혀내는데 앞장섰던 사람은 그 지역민이었다. 원전주변의 주민들보다 원전에 대해 더 큰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원전점검에는 주민들의 실질적 참여와 감시가 가장 중요하다. 지금까지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법에 따라 원전이 위치한 지역의 주민과 지방의원,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민간환경감시기구가 있지만 원전은 국가 최고등급의 보안시설로 지정돼 있어 사실상 접근하기 어려운 여러 절차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 원전 관련 정보는 한수원과 정부가 독점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정부와 한수원외에 지역주민의 감시체제가 실질적으로 이뤄지는 민관공동감시체제가 이뤄져야 이번과 같은 원전 내부의 안전불감증과 기강해이, 정보은폐, 부실점검 등이 시정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같은 문제점들은 원전 조직내의 학연 등에 의한 조직내의 봐주기 관행이 굳어진 결과에서 빚어진 것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주민들의 감시와 견제만이 이를 막을 수 있다.

정부와 한수원은 아직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아 이번 사고의 원인을 점검하는 데 주민들의 감시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원전 주변 주민들과 국민의 입장에서는 정부와 원전측이 아무리 철저한 점검을 한다해도 이를 믿지 못하고 불안과 공포에서 벗어날 수가 없을 것이다. 법제정 이전이라도 주민들이 실질적으로 참여해서 점검과정을 지켜볼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이 점검의 불신을 막는 길일 것이다.

원전은 이제 국민의 신뢰 없이 추진해서도 안되고 추진할 수도 없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주민참여로 신뢰를 쌓는 것이 원전 강국으로 가는 기반을 튼실히 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