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트로이카, 연금 삭감 문제 놓고 이견 좁히지 못해

그리스 과도정부 구성을 지지한 정당 지도자들이 2차 구제금융 지원 조건의 수용 여부를 놓고 막판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루카스 파파데모스 총리와 과도정부 구성을 지지한 사회당, 신민당, 라오스 등 세 정당 당수들이 9일(현지시간) 새벽 1시까지 8시간에 걸친 마라톤협상을 벌였으나 정부와 트로이카(유럽연합·유럽중앙은행·국제통화기금) 팀이 협상을 통해 마련한 50쪽 분량의 구제금융 지원 조건 합의안에 동의한다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현지 국영 NET TV가 보도했다.

이들은 연금 삭감 문제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총리실은 성명을 통해 “정당지도자들이 트로이카와 추가 논의를 요구하는 단 한 가지 문제를 제외하고 모든 사항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9일 오후 예정된)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에 맞춰 완료될 수 있도록 논의를 곧 재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도우파 신민당의 안토니오 사마라스 당수는 회동 직후 기자들에게 “단 하나의 문제가 남았다. 연금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밝히고 “논의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로이카는 보충적 연금을 15% 삭감하거나 기본 연금과 보충적 연금을 함께 삭감하는 방안을 선택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당지도자들이 연금 문제 이외 민간부문 최저임금 23% 삭감, 공공부문 연내 1만5천명 감원, 국내총생산 대비 1.5% 규모의 올해 추가 긴축 조치 등의 요구들은 받아들인 것이다.

AFP 통신은 총리실 관계자의 말을 인용, 협상이 끝난 직후 곧바로 파파데모스 총리가 트로이카 팀과 논의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총리가 트로이카와 연금 삭감 문제에 대해 논의한 뒤 곧바로 정당지도자들 협상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존은 그리스 정당지도자들이 2차 구제금융 지원 조건에 합의해야 `구제금융 지원 + 민간채권단 손실분담(PSI)`을 두 축으로 하는 그리스에 대한 2차 지원 패키지를 공식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 현지 언론들은 정당지도자들 회동에서 2차 구제금융 지원 조건을 받아들인다는 합의가 이뤄지면 합의안과 PSI 이행을 위한 국채 교환 조건을 담은 법안이 12일 그리스 의회에서 표결처리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로이카 협상과 동시에 진행된 PSI 협상은 민간채권단이 보유한 그리스 국채에 70%의 손실률을 적용해 평균 표면금리 3.5%의 장기채권으로 교환하는 방안이 사실상 합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 정부는 13일 민간채권단에 국채 교환 이행을 정식 요청, 후속 절차를 거쳐 내달 20일 145억유로의 국채 만기도래 이전에 완료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피한다는 계획이다.

유로존 정상들은 지난해 10월27일 자구노력을 전제로 그리스에 1천300억유로의 추가 구제금융을 제공하기로 하는 한편 그리스 국채 2천억유로 중 1천억유로를 덜어내는 PSI를 이행한다는 동의를 민간채권단으로부터 얻어냈다.

이를 통해 현재 국내총생산 대비 160%인 그리스 정부부채 비율을 오는 2020년 120%로 낮춘다는 목표였다.

그러나 합의 이후 그리스 경제전망이 나빠지면서 합의가 이행되더라도 목표한 그리스 정부의 채무상환능력을 맞추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됨에 따라 지난달 20일 시작된 구제금융 협상이 진통을 겪어왔다.

4월께로 예상되는 조기총선을 앞둔 그리스 정당들이 노동계가 거부한 민간부문 임금과 연금 삭감 등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을 망설여왔기 때문이다.

유로존은 총선에서 누가 승리하더라도 합의된 구제금융 지원 조건이 이행되는 것을 확실히 해야 한다며 정당지도자들의 합의를 요구해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