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은 특정 기준에 맞게 한 해의 회사 운영 성과를 정리한다. 기존에는 중소기업 대기업 모두 K-GAPP라는 미국식 회계기준을 적용했으나 최근에는 K-IFRS라는 유럽을 기반으로 한 국제회계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올해 발표되는 각종 실적들도 이 기준에 맞게 발표될 예정이다. 미국이 전 세계 소비시장과 투자의 핵심으로 성장하면서 각국의 기업들은 미국의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미국식 회계기준을 적용해왔다. 국가마다 자국 내에서 다른 회계기준을 적용하더라도 워렌버핏 등 미국의 투자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통일된 기준이 필요했기 때문에 미국식 회계기준을 적용했다. 그러나 2001년 미국에서 에너지 회사 엔론이 대규모 회계부정을 일으키며 파산하자 미국식 회계 시스템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게 됐다. 미국이 주도하는 전 세계 회계시스템의 중심축이 유럽으로 넘어가는 계기가 된 순간이었다. 이어 중국도 자국 내 회계 기준을 선택할 때 미국식보다 유럽식의 IFRS를 선택함으로써 국제 회계 표준은 완전히 유럽식으로 넘어가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미국식 회계기준과 유럽식 회계기준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자산다. 자산은 유형자산, 무형자산, 투자자산 등 여러 형태를 두고 장부에 기재되는데 이 중 투자자산은 주식과 부동산 등으로 나뉜다. 금융회사는 대출과 수수료 수익보다 자산 운용수익이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대출이자 및 수수료도 보유자산의 운용 수입이지만 주식, 채권에 투자하여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는 것이 회사의 손익에 더 중요하기 때문에 자산의 평가는 장부상 손익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퇴직연금은 지난 2011년 말 49조원까지 성장했다. 이 자금을 유치한 금융회사는 적절한 회계원칙에 따라 부채를 정리해야 되는데 금융회사는 퇴직금 부채를 평가할 때 해당 회사의 전 직원들의 퇴직을 가정하던 것과 달리 계리평가를 적용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금융사의 퇴직금 관련 부채가 저평가될 수 있다. 주식 투자자라면 장부를 볼 때 한 번 더 고민해봐야 하는 부분이다. 또한 부동산 등 영업과 무관한 자산의 처분도 포괄손익계산서에 반영하는 등 기존의 손익계산서와 달리 영업손익에 대한 개념도 모호해졌다. 제조업의 경우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통해 발생하는 영업손익이 회사를 평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K-IFRS를 적용한 기업의 재무제표를 볼 때는 더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그 외에도 K-IFRS는 지분법 평가를 기본원칙으로 적용했다. 따라서 우량 자회사를 보유한 회사의 가치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투자에 참고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