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꽃이 온 힘 다해

문 여는 날 아침 나는

목댕기 매며 몸의 문을 걸어 닫았다

차가운 하늘 한 쪽이

목련나무에 찔리는 걸 보았다

언제였던가 처음으로

목댕기하고 세상으로 나가던 날

아버지 따라

몇 굽이 꼬아 새 길을 끌어내려

배꼽을 덮던 날

바람은 사정없이 내 몸의 온 틈새를 뒤적이며 스몄다

그때도 목련꽃이 하늘에 하얀 입술을 대던 날이었다

미색 물방울무늬 소보록이 박힌 목댕기

몸으로 스미는 바람

새 봄날 궁금해진 햇빛들

짤막하게 날아가는 것이 보인다

새봄에 대한 기대와 함께 희망이 비쳐나는 시이다. 그랬다. 청춘의 시절 처음으로 세상에 나가는 나에게 아버지는 여러가지 조심하고 경계해야할 것들과 지켜야할 것들을 가르쳐주신 적이 있다. 몸에 정신에 헛바람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목댕기를 단단히 졸라매듯이 정신과 마음의 문을 단단히 단속하라고 하신 것이 기억난다. 목련꽃이 피어나던 이른 봄날이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