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리통은 왜 저기 저렇게
주인을 떠나 뒹굴고 있나
길가에, 비닐봉지 옆에, 쓰레기에 치여
분칠한 이목구비는 왜 햇빛 아래 젖어 있나
동서남북을 바꾸나 흥얼거리나
내용물은 왜 유통기한이 지나도 썩지 않나
정수리가 뚫린 채
왜 머리통은 산산조각이 나지도 않고
다만 우그러지며 피를 흘리나
현재의 자신에게는 머리통이 없다라고 말하며 시작하는 이 시에서 시인은 자기자신을 겸허하게 성찰하고 있다. 현실과 불화하며 길가에 비닐봉지에 쓰레기에 치여 버려진 자신의 머리통은 곧 자기의 정신 영역이 아닐 수 없다. 현실과 조화하지 못하는 자신은 정수리가 뚫린 채 우그러지며 피를 흘리고 있다. 진정한 자신에게로 돌아가려는 몸부림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