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38일째 대치 계속… 신용도·매출 막대한 타격부채비율마저 높아 정상화돼도 회생 가능성 미지수

포항철강공단 내 넥스틸(주)의 파업사태가 결국 막다른 골목으로 치닫고 있다.

26일로 파업 38일째를 맞고 있는 넥스틸 사태는 노사간에 한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한달 넘게 공장가동이 중단되면서 상당량의 해외 수주물량이 경쟁사인 아주베스틸로 뺏긴 것으로 알려져 제2의 `진방사태`로 비화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이 회사는 수출비중이 높은 만큼 파업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해외수주가 끊길 가능성이 높고 회사의 신용도 하락 및 매출에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이 회사 박효정 대표가 지난 20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영장 실질심사)까지 받았으나 기각처리되면서 한가닥 타결가능성도 보였다. 그러나 노조가 제시한 140개의 요구사항과 조·반장, 주임의 수당(3~10만원) 등에 대해 사측은 아직까지도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부채비율 580%나 되는 이 회사가 이번 파업사태로 인해 과연 회생할 수 있느냐다. 지금 당장 타결해 공장을 다시 돌린다해도 사태를 수습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그리고 이미 경쟁사에 뺏긴 일감을 되찾기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이번 사태를 가장 즐기는 쪽은 경쟁사다. 넥스틸 바로 앞에 있는 아주베스틸은 강관전문 제작업체로 제품이나 수출선이 넥스틸과 거의 비슷하다. 넥스틸 근로자들이 파업으로 회사 앞 천막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동안 이 회사 근로자들은 밤낮으로 제품을 생산하느라 정신없다.

더 큰 문제는 노사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노측은 사측이 고집을 피워서 이런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고, 사측은 노조가 회사사정을 무시한 채 너무 지나친 요구를 하고 있다고 항변하는 등 서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은 노사양측 모두에게 있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한번쯤 서로 한발씩 양보하는 관용이 아쉬운 대목이다. 결국 노조는 최후의 수단인 파업으로 밀어 붙였고, 사측은 직장폐쇄라는 초강수로 대응해 서로 간에 감정의 골만 더 깊게 만들었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를 중재할 기관이 없는 것도 문제를 확산시킨 배경으로 지적됐다.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은 노사 양측을 설득하며 심도 깊은 중재를 하기보다 체임을 핑계로 이 회사 대표를 검찰에 송치하는 등 권력을 지나치게 남용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고, 포항시나 포항상의, 포항철강관리공단 등도 남의 일처럼 먼 산 불구경하듯 방관했다.

결국 해결의 열쇠는 노사가 쥐고 있다. 노사는 지금 당장 협상 테이블에 앉아 그동안 쌓였던 감정을 삭이며 서로 소통해야 한다. 파업사태가 장기화되면 될수록 그 피해는 고스란히 노사만 입게 된다.

26일 오전 농성중인 천막에서 만난 넥스틸 노조 김종택(49) 부위원장은 “우리도 하루 빨리 일하고 싶다”며 “회사가 노조를 인정하고 요구조건만 들어준다면 지금 당장 복귀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사 황성연(43) 총무팀장 역시 “하루가 급하다. 빠른 타결만이 회사를 살리는 길이다”며 “노조측과 빨리 협상테이블에 앉아 타결하고 싶다”고 전했다.

한편 넥스틸은 철강공단내 1~3공장을 두고 있으며 주력공장은 2공장이다. 총 290여명의 직원을 두고 있으며 연간 4천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중견기업이다.

/김명득기자

    김명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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