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이런 게걸스러운 모습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문어발식으로 마구 계열사를 늘리는 구태는 개탄을 금할 수 없게 만든다. 공기업을 제외한 상위 30대 재벌그룹의 계열사는 지난 2년 사이에 975개에서 1천150개로 불어났다. 중소기업을 통째로 사들이거나,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을 장악하는 인수·합병(M&A)이 많다고 한다. 그러면서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새로운 사업 분야를 개척한다는 명분에서다. 하지만, 이는 허울일 뿐 몸집 불리기가 주된 목적이라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언뜻 보면 주력 사업과는 거리가 먼 사업체를 계열사로 편입하는 사례가 한둘이 아니다. 대기업 등쌀에 동네빵집이 사라지는 현상도 무차별적인 기업 확장 행태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재벌가의 자녀가 앞다퉈 브랜드 커피숍이나 제과점 사업에 뛰어드는 데 대해서도 비판의 소리가 나온다. 주력 기업 경쟁력 강화나 글로벌 미래비전 사업 개척 등 재벌기업이 내세우는 명분과는 동떨어진 행태로 여겨지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재벌이라는 말이 썩 친화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데는 재벌로 통칭하는, 총수가 이끄는 대기업들이 자초한 면도 크다. 막중한 사회적 책임을 내세우지만 정작 그런 책임을 다하는지는 의문이다. 이 시점에 재벌기업들에 절실히 요청되는 것은 참다운 기업가 정신이다. 혹시라도 쉬운 길을 가겠다고 꼼수를 부려선 안 된다. 그러면 결국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