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년 새 전국에서 문을 닫은 전통시장이 178개나 된다고 한다. 대기업이 주인인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무차별적인 시장 잠식으로 도저히 버틸 재간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관련 조사에 의하면 2003년에 1천695곳이던 전통시장이 2010년에는 1천517곳으로 줄었다. 반면 대형마트는 265개에서 450여개, SSM은 234개에서 928개로 급증했다. 이런 추세 속에 이미 4년 전에 대형마트 매출이 전통시장을 앞질렀다고 한다. 영세 슈퍼마켓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지경이 됐다. 그 뿐만 아니라 대기업 간 무한경쟁으로 편의점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면서 동네 골목에서 구멍가게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됐다. 이제 대기업이 지역 상권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대기업의 이런 게걸스러운 모습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문어발식으로 마구 계열사를 늘리는 구태는 개탄을 금할 수 없게 만든다. 공기업을 제외한 상위 30대 재벌그룹의 계열사는 지난 2년 사이에 975개에서 1천150개로 불어났다. 중소기업을 통째로 사들이거나,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을 장악하는 인수·합병(M&A)이 많다고 한다. 그러면서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새로운 사업 분야를 개척한다는 명분에서다. 하지만, 이는 허울일 뿐 몸집 불리기가 주된 목적이라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언뜻 보면 주력 사업과는 거리가 먼 사업체를 계열사로 편입하는 사례가 한둘이 아니다. 대기업 등쌀에 동네빵집이 사라지는 현상도 무차별적인 기업 확장 행태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재벌가의 자녀가 앞다퉈 브랜드 커피숍이나 제과점 사업에 뛰어드는 데 대해서도 비판의 소리가 나온다. 주력 기업 경쟁력 강화나 글로벌 미래비전 사업 개척 등 재벌기업이 내세우는 명분과는 동떨어진 행태로 여겨지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재벌이라는 말이 썩 친화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데는 재벌로 통칭하는, 총수가 이끄는 대기업들이 자초한 면도 크다. 막중한 사회적 책임을 내세우지만 정작 그런 책임을 다하는지는 의문이다. 이 시점에 재벌기업들에 절실히 요청되는 것은 참다운 기업가 정신이다. 혹시라도 쉬운 길을 가겠다고 꼼수를 부려선 안 된다. 그러면 결국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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