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훈대구본부 부장
춘추전국시대 제(齊)나라 환공(桓公)이 재상 관중(管中), 대부 습붕(濕朋)과 함께 고죽(孤竹)이라는 나라를 정벌하기 위해 길을 떠났다. 그런데 전쟁이 너무 길어져 봄이 가고 겨울이 와서야 끝이 났다. 그들은 귀국하다 무서운 눈보라 속에 길을 잃고 만다. 전군이 망연자실, 죽음의 공포와 싸우고 있을 때 관중이 어디선가 늙은 말을 구해왔다. `이런 위급한 때는 경험이 많은 늙은 말의 지혜를 빌려야 된다`

늙은 말을 앞장세우고 이들은 뒤에 따라가 생사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여기서 나온 고사성어가 노마지지(馬之智)다. 아프리카의 밀림에 가뭄이 들어 물한방울 없을 때 늙은 코끼리는 무리를 이끌고 수십km를 행군해 동료들에게 생명수를 제공한다. 노마의 지혜를 이용한 예는 수없이 많다.

일명 우리에게 강태공으로 알려진 여상은 80세에 주나라 문왕을 만나 경국지색 달기에 빠져 악정을 펼치고 있는 은나라를 격파하고 제나라의 후로 봉해진다.

신라의 김유신은 70세에 은거를 청했으나 당시 문무왕은 허락하지 않았고, 결국 74세의 노구에 삼국을 통일한다. 고려의 강감찬 장군이 거란족 수십만명을 무찔러 국내전쟁사의 3대대첩 중 하나인 귀주대첩을 만들었을 때 그의 나이 70세였다.

인천상륙작전으로 한국전쟁을 급반전시킨 맥아더 원수도 이때 나이 71세였다. 상륙작전에 앞서 조수간만의 차가 워낙 커 성공확률이 없다고 반대하던 참모들의 반대를 노련한 경험으로 밀어붙여 한국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낼 수 있었다.

4.11총선을 앞두고 노령의 정치인에 대해 사퇴압력이 거세다. 특히 고령자는 우선으로 공천을 주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역력해 보인다. 현재 대구경북 지역 국회의원은 27명이다. 현 18대 국회의원 평균연령은 56세이나 대구경북 국회의원 평균연령은 62세로 평균보다 6세가량 높다. 이중 특히 고령의원은 포항 남·울릉의 이상득 의원이 76세, 대구 달서 갑의 박종근의원이 75세. 달서 을의 이해봉의원이 70세다. 이중 이상득 의원과 이해봉의원은 이미 여론의 압박에 밀려 불출마 선언을 했고 박종근 의원도 불출마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예비후보들은 하나같이 `젊고 개혁적이다` `패기있다` 등을 내세우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젊음을 내세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정치는 힘과 패기만으로 되지 않는다. 반대파를 축적된 경험과 오랜 경륜으로 아우르고 합의를 이끌어 내 백성을 편안하게 만드는게 정치이기 때문이다. 젊은 정치인은 자신의 나이가 적음을 장점으로 내세우지 말고 고령의원이 하지 못하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정책으로 지지를 호소해야 한다. 고령을 이유로 마녀사냥식의 밀어붙이기로 은퇴를 강요하는 것은 맞지 않다.

18대 국회에서 부산·경남에 밀려 TK의 존재감을 잃고 변방으로 전락, 수모를 겪고 있는 지역의원들을 보면 답이 나온다. 19대에서 내몰린 자존심을 회복하고 정치 중심의 장에 서기위해서는 힘있고 경험있는 중진이 배출돼야 한다. 과거 이만섭 의원이 국회의장을 할 때 대구경북의 위상과 현재의 상황을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이번 총선에서는 국회 의장단을 지역에서 배출해 내야 한다. 지역으로서는 현재 6선으로 차기 국회의장으로 유력한 이상득의원의 불출마는 커다란 손실이다. 박종근의원은 “고령이라는 이유로 사퇴하라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당당히 의정활동으로 평가받겠다. 다선의원인 내가 있어야 지역에 힘이 실린다”며 출마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수긍이 간다.

유럽 속담에 `집안에 노인이 없거든 빌리라`는 말이 있다. 한번 곱씹어 봄 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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