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한동경북대 윤리교육과 교수
올해는 선거의 해이다. 4월 총선과 12월 대선 양대 선거가 겹치는 해이기도 하다. 선거는 대의 민주주의 꽃이다. 선거를 통해 대의 민주주의가 새 생명을 얻기 때문이다. 선거는 주권자가 그 동안의 정치를 평가하고, 정치적 갈증을 조금이라도 해소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나라 안팎의 우울한 경제, 남북문제, 민생문제가 산적한 이 시점에서 우리가 선거에 거는 기대가 큰 것도 이 때문이다.

정치의 요람 우리 18대 국회는 어떻게 평가해야 할 것인가? 일반적으로 긍정적 평가 보다는 부정적 비판적 평가가 훨씬 많은 것 같다. 선거의 해 벽두에 우리는 이 나라 국회의 모습을 찬찬히 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 원칙과 정도보다는 반칙과 불법이 판을 치던 폭력국회, 데모 현장에서도 사라진 체루탄이 본회의장 안에서 터지는 국회, 국정의 심의는 뒤로한 채 공전되었던 식물 국회, 행정부에 대한 감시보다는 권부의 눈치 보기에 바쁜 방탄 국회, 모두가 우리를 슬프게 하는 일그러진 국회의 모습이다.

이 나라 정치 개혁의 단초는 정당과 함께 국회의 개혁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 나라 정치 불신은 불행하게도 파행적인 의회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 많다. 이곳저곳에서 정치에 대한 불신과 냉소가 정치적 허무주의로 연결되고 있다. 지난번 시민운동가 출신이 서울 시장이 된 것도 파행적인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반란의 결과이다. 이 나라 `여당은 비전이 없고, 야당은 대안이 되지 못 한다`는 주장이 시민들의 폭 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정치 현실을 뒤 늦게 자각한 정치권은 갑자기 정치개혁을 서두르고 있다. 모두가 4월 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생존을 위한 진풍경들이다. 여당은 비상대책 위원회를 통해, 야당은 야권 통합을 통해 당의 모습을 대폭 바꾸려고 노력 중이다. 일부 다선 중진의원이 여론에 떠밀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비교적 참신한 의원들마저 여의도를 떠나겠다는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개혁을 위한 응급수술이 진행 중이지만 자칫 잘못되면 고질적인 당 분열로 이어질 수도 있다. 여야 모두 개혁과정의 파열음이 들리고, 이 소리는 심상치 않게 커지기에 더욱 그러하다.

여하튼 19대 국회는 정말 달라진 국회의 모습으로 재탄생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 나라 국회의 회의장 풍경이 세계인의 웃음꺼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4월 총선이 이 나라 정치 쇄신의 기회가 돼야 한다. 우리 국회는 이제 세계 경제 10위권에 어울리는 성숙한 모습으로 변모해야 한다. 여야구분 없는 크로스보팅이 가능한 국회, 협상과 타협을 야합과 굴종으로 보지 않는 국회, 제발 반칙과 폭력이 사라진 국회, 그리하여 응어리진 민심을 해소하는 국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의 요란한 정치 개혁, 정당 개혁이 결국 후보의 공천개혁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정말 자격 있는 국회의원 후보를 유권자들 앞에 선 보여야 한다. 소비자인 유권자가 믿고 선택할 수 있는 양질의 후보를 우리는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의정 활동의 전문성과 리더십, 무엇보다도 도덕성을 검증받은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여기에 유권자의 깨어 있는 선택의 지혜가 요구된다. 선거에서 후보 공천은 정당의 몫이지만 그 선택은 유권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 나라 민초들의 소중한 소망을 관철하는 깨끗하고 멋진 선거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리하여 이 나라에도 정의가 강물처럼 흘러넘치는 선진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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