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는 말 한마디에도 `철철` 넘치는 정이 있더라

임진년 흑룡의 해가 힘차게 솟았습니다. 경북매일은 한국화가 이철진씨와 함께 전국의 명소와 풍물들을 찾아 현장에서 스케치한 그림으로 매주 월요일 독자 여러분들을 찾아갑니다. 첫 회는 동해안 최대 어시장인 포항 죽도시장을 찾았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애독과 성원을 바랍니다.

아침 일찍 분주하게 움직였다.

어제 저녁에 좀 무리한 탓인가? 좀처럼 눈이 뜨이지 않는 것을 가까스레 일어났다. 포항에 살면서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아침 죽도 어시장 풍경을 경험해보고 싶어서였다.

죽도 어시장의 맛은 회맛도 회맛이지만 진정한 참맛은 아침 일찍 가 보면 그 기운을 느낄 수 있다는 주변 지인의 권유로 꼭 한번 경험해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새벽 아침 한적한 시내를 지나 죽도시장에 다달았을때 난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수많은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것인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활어차들, 수많은 사람들이 제각각 가격을 흥정하는 왁자지껄한 소음들…. 그 소란함 속에 활어회 차의 생선들은 펄쩍거리며 뛰쳐오르고…. 희뿌연 안개 속으로 동빈 내항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난다. 하아…. 이런 모습을 처음 보는 나로서는 차라리 숙연함이 느껴졌다고 표현함이 맞지 않을까. 포항에 살면서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포항다운 진풍경이다.

죽도어시장의 첫 인상은 힘이다. 포항의 모든 에너지가 이곳에 모여 있는 듯한 강한 힘이 느껴진다. 시장 상인들의 모습에서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모습에서도 삶의 활력이 끊임없이 느껴진다. 상인들의 표정 속에서 죽도시장의 매력을 바로 알 수 있다. 외지 사람들이 포항을 방문했을 때 꼭 한번 들러 봐야 할 곳이 바로 이곳 죽도 시장이라고 한다.

포항에 오기 전 내가 처음 이곳을 들렀을 때와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 일단 동빈 내항 주변에 만들어진 산책로..연인들이라면 이곳을 한번 꼭 걸어보면 좋겠다. 어시장에 들어가기 전 스케치 한 장…. 추운 아침에 포장마차에서의 커피한잔은 또 다른 매력이 있다.

그런데 보이지 않던 큰 건물이 하나 보인다. 새로 지은 위판장 및 공영주차장으로 시설은 지하 1층, 지상 4층 및 옥상으로 구성돼 있다고 하는데 1층은 위판장, 2층부터 옥상까지는 주차장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외관이 다소 어지러울 정도로 산만한 디자인이라고 생각되지만 한편으론 죽도시장에 걸맞는 건축물 같기도 하다.

죽도시장은 부지면적 약 14만 8,760㎡, 점포수 약 1천200개에 달하는 포항 최대 규모의 재래시장이라고 한다. 1950년대 갈대밭이 무성한 포항 내항의 늪지대에 노점상들이 모여들면서 자연적으로 형성된 시장으로, 과거의 죽도시장은 경북 동해안 및 강원도 일대의 농수산물 집결지인 동시, 유통의 요충지였다고 한다.

취급품목은 수산물,·건어물·활어 회와 의류·채소·과일·가구류 등 일용잡화로 도매 및 소매가 이루어진다. 시장에는 200여 개의 횟집이 밀집되어 있는 회센터 골목과 수협 위판장, 건어물거리 등의 어시장 구역, 농산물거리와 먹자골목·떡집골목·이불골목·한복골목 등이 조성돼 있다.

포항 최대 규모의 시장이니 만큼 들어가기 전부터 헤매기 시작할 것이라는 우려는 잠깐, 두 시간 정도를 걸어 다녀 봐도 큰 규모에 비해 판매하는 코너들이 잘 나뉘어져 있어 불편함이 없고 다양한 구경거리로 시간가는 줄 모른다. 큼직한 고래 한마리가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 쌓여있고 그 옆에는 포항에서만 먹을 수 있다는 무색, 무맛의 엄청나게 큰 개복치 한 마리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내가 단골로 다니는 회센터 골목안의 할머니가 나를 알아보고 커피 한잔을 건넨다. 역시 죽도시장의 매력은 정이다. 고기를 고를 때도 적다고 투정 부리기보다는 “오늘 더 많이 주시네예”라는 말에 바로 한 마리 더 올라 오는 곳이 바로 이곳 죽도 시장의 참맛 아닐까.

휴일이라 그런지 점점 사람들로 인산 인해다.

모처럼 나온김에 어디가서 매운탕 한그릇으로 해장이나 해야겠다 싶어 단골 집으로 향했다.

한국화가 이철진은…

○영남대 미술대학 졸업 및 동 교육대학원 졸업(1993) ○개인전 24회(뉴욕·서울·대구·부산·포항·수원·경주 1994~2011) ○대한민국 작은그림미술제초대전(서울·갤러리 이즈 2011) ○한국미술 컬렉션전(서울·한국미술센타 2011) ○스위스바젤 아트페어(스위스 2011), 상해국제아트페어 초대(중국·상해마트) ○홍콩호텔아트페어(홍콩 2011), 광저우아트페어초대(중국) ○200여회의 그룹전을 통해 작품 활동△대구시미술대전 초대작가 및 심사위원 역임 (96~현재) ○동대해연구소연구위원, 현대한국화회·한국화동질성회복회·영남한국화회·한국미협회원 ○현재 포항예술고등학교 교사, 동국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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