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소와 등재가 거듭되는 동안
아버지와 나는
갑종 혹은 1종 등짝을 맞고 삼 년씩
나라에 나갔다가 등본으로 돌아왔다
살아서, 다리 잃지 않고
푸른 스탬프 찍힌 이마로 돌아와
제자리에 꽂혔다
가끔 A4 용지에 프린트되기도 하는 나의 가계
내 이름자 아래위로 걸쳐져 있는
부양의 몫이 겨울처럼 무겁다
아득한 물가로 다시 눈이 치는데
저 눈을 헤치고 보충대로 아이를 보낸 아침
구룡포 읍사무소 양철 캐비넷 속
세로 먹물로 응고되어 있는
알 수 없는 번호에 물려 다니며
치료되지 않는 희망이 아직은 달라붙어 있는
서랍 속의 가계를 생각한다
질기고도 아프다
거친 눈발 속 또 체부가 오고 있다
삼대(三代)가 수행하는 국방의 의무를 이야기하는 위의 작품은 한 개인의 가계를 잇기가 얼마나 힘든가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현대사는 많은 가계를 지켜주지 못했다. 전쟁과 혼란과 탄압, 가난과 궁핍 속에서 개인의 일상은 여지없이 파괴되고 짓밟히고 어려움에 봉착해 온 것이다. 필자의 이 졸시도 그런 점에서 주변의 여러 삶들과 닮아있지 않을까 하는 아픈 생각을 해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