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가방을 멘 아이 손을 잡고

할머니 느릿느릿 걸어간다

아이가 급한 기색을 보이자

서슴없이 길섶에 앉혀 똥을 누이고

찹쌀떡처럼 하얀 엉덩이를 괜히 한번 찰싹 때리고는

바지춤을 여며주며 함빡 웃는데

오래된 금니 하나

아침햇살에 반짝 빛났다

일상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세상에 어떤 꽃이 유치원 가방 멘 어린 손주 같은 것이 있을까. 오래된 금니 하나 아침 햇살에 빛나는 저 행복한 할머니의 시간들이 오래오래 이어지길 빌어본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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