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로 한 편의 시를 쓰겠다

가지와 잎, 꽃과 열매 모두가 칼인 나무

어딜 쥐어도 피가 철철 흐른 그 나무

천 년을 삶아 종이를 만들겠다

꽃잎 모양의 칼끝으로 철필을 새기겠다

저 땅으로부터

모든 부채와 소통에서 해방되어

칼로 된 꽃과 맞설 것이다

그가 나를 찌르면 나는 꽃이 된다

허공을 가로지르는 필살의 가지 끝에서

나는 참혹한 노래다

검수는 가지와 잎, 꽃, 과실이 모두 칼로 되어있는 지옥의 나무다. 시인의 상상이 처절하기 이를 데 없다. 억겁을 거듭하는 환상을 제거하고 진실과 대면하는 것, 그것이 자신을 찌르는 칼이 될지언정 물러서지 않겠다는 무서운 의지가 엿보인다. 땅 위의 헛된 약속에서 벗어나서 참혹한 존재의 본질을 견지하려는 결연한 삶의 자세가 확고하다.

<시인>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