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언덕에 방풍수 위로

바람이 말타기를 하고 있었다

작은 나무들이 큰 나무에 기대어

무게 중심이 한 방향으로 쏠렸다

나무 등짝에 쏟아지는 햇살마저 쟁강쟁강 휘어졌다

마지막 깊숙이 구겨진 소나무 밑동에선

허리에 찬 납처럼 무거운 신음소리가 났었다

달이 끌어당기는 힘에

방향을 바꿔 가는 바람

썰물 따라 허리 쫘악 펴는 것인데

때맞춰 퉁겨 젖히는 저 힘이

솔숲을 받쳐주는 것이었다

그러고는 가지가 잔 그물처럼 엉켜

햇살의 바통을 넘겨주는 것이었다

환하게 구븐 등으로 어린 나무를 업어 주던

해풍으로 무두질한 해녀 얼굴을 나는 보았다

물질 마치고 돌아오는 대보 바닷가에서

바람 세기로 치면 대보 구만 바람만한 것이 없으리라. 그 세찬 해풍에 견디는 바닷가 해송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은 한결같이 한쪽 방향으로 굽어져있는 소나무에 오래 머문다. 서로를 격려하며 거친 세파에 견디고 이겨나가는 옹골찬 이웃들의 모습을 거기서 보고 있다. 물질 마치고 나오는 해녀들이 어린 나무들을 업어준다는 표현에서 우리는 따스한 손으로 가슴으로 함께 가는 아름다운 사람들을 다시 본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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