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각상쟁(蝸牛角上爭)`, 달팽이 뿔 위에서의 싸움. 곧 달팽이의 머리 위에 난 촉각끼리의 싸움이란 말로써 좁디좁은 세상에서의 부질없는 싸움, 애써 다퉈 봤자 얻을 수 있는 것이 극히 적은 싸움을 비유할 때 쓰는 말이다.

`와각지행`이라고도 한다. 당대 백거이의 시구에 있는 말인데, 그 내용은 `장자` `측양`편에서 나오는 우화에서 유래한다.

중국의 전국시대는 여러 제후들이 패권을 잡기 위한 얽히고 설킨 전쟁으로 해가 뜨고 해가 지던 때이다. 그 지긋지긋한 싸움터에서 이 이야기는 출발한다.

위의 혜왕은 제의 위왕과 동맹을 맺었으나 위왕이 맹약을 배반하자 이에 분개, 제나라에 자객을 보내 위왕을 암살하려고 했다.

그러자 대신들 가운데에는 암살은 비겁한 수단이므로 정정당당히 군사를 일으켜 싸우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하고 이에 반대하여 백성을 수고롭게 하는 전쟁은 하지 말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아예 전쟁의 발상부터가 잘못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화자가 그 주장의 주인공이다. 화자는 앞서의 주장들을 듣고 얼굴을 찌푸리며 임금 앞에 나섰다.

“제나라를 정벌하자고 하는 자도 세상을 어지럽히는 자이고 정벌하지 말자고 하는 자도 세상을 어지럽히는 자입니다. 또 정벌하자거나 정벌하지 말자거나 하는 자는 세상을 어지럽히는 자라고 주장하는 자 역시 세상을 어지럽히는 자입니다”

이 소리를 들은 임금은 가슴이 답답했다.

“그럼 대체 어찌하란 말인가?”

“임금께서는 시비의 분별을 버린 도를 구하시기만 하면 그뿐입니다”

혜왕은 도무지 알 수 없는 소리라는 뜻으로 멍한 얼굴을 지었다.

그때 재상혜자가 그 말을 듣고는 현자로 알려져 있던 대진인을 임금에게 나아가게 했다. 대진인은 임금에게 나아가 먼저 질문부터 했다.

“임금께선 달팽이를 아십니까?”

“물론 알지”

“달팽이의 왼쪽 뿔에는 촉씨의 나라가 있고 오른쪽 뿔에는 만씨의 나라가 있사온대 서로 자기의 영토를 넓히려고 싸우고 있습니다. 그 싸움에서 죽은 자가 수만이요, 달아나는 적을 추격하기를 보름에 걸쳐 했던 적도 있다고 합니다”

임금은 한동안 망연해 있었다. 자기의 치열한 싸움은 결국 달팽이 뿔 위의 싸움과 다를 것이 없게 되고 만 것이다.

이 우주에 비기면 인간이란 얼마나 작은 존재이며 그런 싸움 또한 얼마나 하찮은 짓거리에 불과하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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