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인교편집부국장
어떤 업적, 어떤 성취든 희생의 대가로 얻는 것들이 많다. 때로는 친구를 잃어야 친구를 얻을 수 있다. 때로는 돈을 버려야 돈을 얻을 수 있다. 때로는 남들에게 `이상한 사람`이 되어야 비상한 것을 얻을 수 있다. 누군가 기꺼이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세상도 바뀐다.

대중화 된 골프장에 한번 가 보면 `굿~샷`이란 소리를 많이 듣게 된다. 굿~샷은 잘한 것으로 그냥 진행된다. 칭찬을 받기도 하지만. 그러나 굿~샷의 반대는 `어~~뽀올`이다. 오비다. 골퍼들이 공을 잘못 쳤을 때 상대방에게 주의를 표하고 공을 피하라는 소리다.

이는 자신의 잘못도 일부 인정하지만, 자신의 잘못으로 상대방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볼에 맞았을 땐 상황이 달라진다. 책임론이 불거진다. 안전 장치가 되어 있지 않았으면 골프장 측. 그렇지 않으면 골퍼냐? 캐디냐? 를 두고 승강이를 벌이기도 한다. 내가 잘못한 것보다 상대방 잘못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것은 사실대로 인정해야 한다.

10·26 재보궐선거의 끝은 여야의 승리를 떠나 엄청난 폭풍을 몰아오고 있다. 이는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 한국정치에 가장 강력한 현대판 회오리가 몰아친 것이다. 사상 첫 시민단체 출신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가 일각에서는 박원순 당선자의 승리가 한국 미래 시민사회 세력의 미래를 위해서는 결코 좋은 소식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논리를 펴기도 한다. 시민사회단체 세력은 국가와 시장으로부터 독립할 때 가장 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민 운동의 대표적 인물이 현실 정치에 깊이 파고들면서 앞으로 누가 무슨 운동을 하든 순수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어쨌든 10·26재보궐선거는 여·야 정당, 정치, 정치인에게 새로운 출발의 숙제를 안겼다. 앞으로 정치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지만, 여야는 국민을 섬기는 대안으로의 내년 총선과 대선을 준비해야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당선으로 변화는 벌써 시작됐고 우리는 변화에 적응해야만 하게 됐다. 대구·경북 민심도 변화를 시작했다. 변화하지 않으면 살지 못하고 모두 죽는다는 걸 대구·경북 사람도 뼈저리게 깨닫기 시작한 듯하다. 변화해야 살 수 있다면, 그 변화의 시작은 정치이고 내년 총선과 대선이다.

그런데도 지역에서는 변화의 흐름을 주도해야 할 정치권의 움직임이 지역민들을 실망시키는 수준이다. 정말 변화만이 살 길이라고 외치면서도 정작 자신이 변화를 위해 몸을 던지겠다는 용기를 보이는 정치인은 없기 때문이다. 버려야 얻을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뻔히 알면서도 자신의 문제가 되면 쉽게 실천이 안 되는 모양이다.

전국의 눈이 대구 경북에 쏠려 있음을 정치권은 애써 외면하는 듯하다. 변화를 위해 몸을 던지지는 못할망정 변화를 앞장서 주도하겠다는 지도자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우리는 매일 새로 태어나고 매일 죽는다. 같은 날은 하루도 없다. 같은 시간은 한 순간도 없다. 우리는 지금 지구를 타고 우주를 여행하고 있다. 미래를 향해, 새로운 세계를 향해 나가고 있다. 새로운 시간과 공간을 맞이하는 사람은 새로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 과거의 생각으로 살아서는 안 되며 과거의 생각에 매여 살면 항상 과거일 뿐이다. 특히 지도자는 더욱 그렇다.

정치권을 바라보는 시도민의 의식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시간과 새로운 공간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자신의 몸에 주인이 되고 시간과 공간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우리 앞에 새로운 미래가, 새로운 시간이 기다리고 있기에 깨어나야 한다. 서울에서부터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 정치권이 미루면 우리가 나서야 한다. 20~40대들의 반란이 아니라 자신과의 변화를 찾아야 한다. 그래서 대구 경북의 미래를 우리 스스로가 변화시켜나가야 한다.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것이 바로 큰 변화의 출발점이다. 대교약졸(大巧若拙)이라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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