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강에 나가 보는 심사를

동행의 어깨 위에 가만 손으로 얹어보면

하류까지 소리 없이

공평히 어둠 실은 강이다

밤 강물 곁에서 나는

어둠이며 어둠 위의 살림들인 가로의 불이며 하늘의 빛들이고 내려가는

밤 강물 곁에서

늦게 본 맏이처럼 유순한

강물의 숨은 낯빛을

바로 보진 못하고

딴청으로만 걷고 있었다

밤 강가에 나가 강물 소리를 들으며 살아온 세월의 두께를 들춰보고 있다. 누구의 슬픔이든 기쁨이든 공평히 싣고 흐르는 강. 어둠이며 어둠 위의 불이며 빛들까지 모두 쓸어안고 흘러가는 강을 바로 보지 못하고 딴청을 부리는 시인의 마음이 너무 순수하고 착하다라는 생각을 해본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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