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대구본부장
전국을 달궜던 10·26 재보궐선거 결과는 앞으로의 정국에 가공할 파괴력을 예고한다. 국민의 관심은 단연 서울시장 선거에 모아졌다. 야권 무소속의 박원순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되기까지 결정적인 힘을 보태준 세력은 20~40대 청장년층이란다. 그들의 힘을 모으는 데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힘이 결정적이었다는 거다.

서울시민, 참 착하다. 지난 여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퇴임시킨 무상급식 논쟁 당시에는 `나쁜 투표`라며 투표 안하기 운동이 벌어졌다. 한 무리의 콘텐츠 생산자들이 시민들에게 투표 안 하는 것도 권리라거나 의사 표시의 방법이라며 투표 하지 말 것을 종용하는 트윗을 날리고 여론을 몰아갔다. 그런 세력의 제일 앞줄에는 시민사회 단체의 운동가에서부터 소설가, 연예인 등 소위 인기인들이 포진해 있었다. 착한 서울 시민들은 오 시장을 낙마시켰다. 투표율 25.7%로 투표함을 열어보지도 못한 채.

그랬던 서울시민들이었다. 그들이 이번에는 `투표하기` 위해 인증샷을 날리고 그걸 퍼나르면서 여론을 몰아갔다. 선관위에서 특정 후보에게 투표를 유도하는 인증샷은 불법이라고 지침을 내리자 이번엔 야유와 비아냥을 섞은 트윗이 잇따라 등장했다. 1%의 콘텐츠 생산자들이 온라인에 올리면 9%의 SNS 이용자들이 그걸 퍼나르고 그러면 90%의 보통시민들은 그 글을 보게 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것이 20 ~40대 유권자들을 투표소로 향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대구에서도 서구청장 선거가 있었고 수성구에선 시의원 선거가 있었다. 경북 칠곡군과 바다 건너 울릉군에서도 군수 선거가 있었다. 그러나 이곳 선거에서 SNS가 어떤 영향력을 끼쳤다는 보고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오히려 “천만 시민이 몰려 사는 서울이라는 도시는 옆집에서 잔치를 하던 초상을 치르든 상관없고 그래서 내가 모르는, 검증되지 않은 후보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한다. 서로 속까지 뻔히 아는 지역에서는 모르는 사람을 선택할 수 없다는 정서가 공공연하다. 그래서 SNS보다는 오프라인상에서의 아날로그식 인간관계가 주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수 윤복희가 미니스커트를 입고 김포 공항에 나타난 것은 1967년이었다. 이 후 1970년대에 가서야 미니스커트 열풍이 온 나라를 휩쓸기까지 족히 몇 년이나 걸렸다. 뉴욕이나 파리에서 패션쇼를 하거나 새로운 패션이 등장하면 이것이 해를 넘겨 우리나라에 유행을 가져왔다. 중간에 도쿄를 거쳐 서울에 상륙했고 그리고 지방으로 내려오기까지 시간이 한참 걸렸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뉴욕 증시가 이튿날 곧바로 대한민국 증권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세상이다. 애플의 아이폰은 전 세계 주요도시에서 동시에 판매된다. 빛의 속도로 전파되는 것은 물론, 동시간대에 눈으로 보고 감동도 함께 하는 것이다.

SNS도 그렇게 서울에서 지방으로 내려 올 것이라고 전망하는 학자들이 많다. 지난 해 6.2 지방선거때 100만 명이었던 SNS 이용자가 올 4·27 재보선때는 250만명을 넘어섰고 이번 선거에서는 400만명이나 됐다고 한다. 내년 총선에서는 1천만명이 SNS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될 것으로 추산한다.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SNS에 예상하고 대비하느라 분주하다.

대구·경북 지역은 전국에서 가장 고령화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곳이다. 시군 지역별로는 이미 고령사회로 넘어간 곳도 많다. “노부모님 (투표 하지 못하게) 효도여행 보내드렸다”는 트위터리안이 볼 때는 `무개념 어르신` 이 많다는 이야기다. 이들에게도 내년 선거에서는 SNS의 광풍이 몰아칠까? SNS로 통하는 약아빠진 서울 시민들에 비하면 눈치없고 순진하기만 한 지역민들이다. 이들에게 SNS가 힘을 발휘할까 걱정할 일이 아니다. 문제는 후보가 어떤 사람이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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