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주의자였던 아버지 평생 농사꾼으로 산다

논과 밭과 한 몸으로 연민할 것을

사랑할 줄 아는 아버지의 연대

쌀 보리 밀 콩 감자 고구마를 위하여

일흔, 하고도 네 해 동안 보급 길 걸어왔다

뜨거운 숨을 내뱉으며

땅속에 낙원이 들어앉길 바라진 않았지만

똥막대기보다 못한 농사가 뭐 그리 대단해

폐농의 논과 밭 밟지 않고

사월과 오월 사이

거침없이 자운영꽃 자청한 검붉은 울음

아직도 토해내는 것인가

새파랗게 빛나는 농사는 어디에도 없는데

우리들의 아버지는 모두가 식량주의자였다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한 평생 논과 밭, 그리고 쌀 보리 밀 콩 감자 고구마를 향한 연민과 사랑을 일관되게 실천해오신 분들이 바로 아버지다. 지금의 농촌 현실은 어떤가 시인의 말처럼 폐농의 위기에 처해 있다. 묵묵히 고향의 전답을 지치며 식량을 생산해내는 이 땅의 아버지들에게 거수경례를 부치고 싶은 아침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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