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결국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간의 대선 전초전으로 치닫게 됐다.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 지원을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 원장이 24일 범야권 무소속 박원순 후보 지원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선거결과에 따라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정치적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위험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두 사람의 재·보선 전면등장은 선거 이후 정국, 더 나아가 내년 총선과 대선 판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어 정치지형이 요동칠 전망이다.

◇안철수, 박원순 지원 나서

안철수 원장은 24일 오후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선대위 사무실을 지지 방문,“멀리서나마 계속 응원하고 있었다”고 밝힌뒤“응원을 드리러 왔다. 제 나름대로 응원 메시지를 써 왔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이날 박 후보에게 전한 응원 편지에서 1955년 미국 흑인 민권운동 촉발의 계기가 된 로자 파크스가 `선거는 참여의 상징`이라고 한 발언을 전한 뒤 “로자 파크스처럼 우리가 `그날의 의미를 바꿔놓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며 투표 참여를 촉구했다.

또 “이번 선거는 누가 대립이 아닌 화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누구의 말이 진실한지, 또 누가 `과거가 아닌 미래를 말하고 있는지`를 묻는 선거여야 한다”며 “나도 한편의 권리를 행사할 것인 만큼 여러분도 저와 함께 해주길 간곡히 청한다”고 덧붙였다.

◇`安風` 변수되나?

안 원장은 당초 예상과는 달리 직접적인 선거지원 대신 박 후보측의 선거사무실을 방문해 지지의사를 밝히는 방식을 택했다.

당초 지지 방식으로 기자회견이나 트위터를 통한 지지선언, 유세지원 등 다양한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자신이 구체적인 선거지원에 나서기 어려운 공무원(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란 신분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 후보측은 박근혜 전대표가 이미 서울시장 선거는 물론, 전국적인 재보선 지원유세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안 원장의 막판 등판이 초박빙으로 치닫고 있는 서울시장 선거의 판세를 뒤집어놓을 강력한 구원투수라고 인식하고 있다.

한길리서치 홍형식 소장은 “나 후보와 박 후보간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안 원장의 박 후보 공개지원은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나라 “정치하려면 교수직 버려라”

한나라당은 시기적으로 늦은데다 이미 선거 구도가 확립된 상태여서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절하 하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대 교수들이 특정 정파에 함몰돼 편향된 정치행위를 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정치를 하려면 교수직을 버리고 정치판에 들어오기 바란다”고 말했다.

안형환 대변인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박원순 후보가 안 원장에게 매달린 결과로 이미 타이밍도 지났고, 지지율도 충분히 반영돼 선거에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경원 후보는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안 원장의 등장은 선거 판세가 박 후보에게 어려워졌다는 점을 자인한 셈”이라면서 “남자가 쩨쩨하게 치졸한 선거캠페인을 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朴-安 대선 전초전

안 원장의 등장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나경원 후보를 적극 지지한데 맞서는 것으로, 사실상 `박근혜-안철수`의 정면대결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 보선이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더욱 명확하게 띠게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여권이 승리할 경우 박 전대표의 대선가도에는 더욱 탄력이 붙을 것인 반면, 안 원장 개인의 정치적인 입지는 물론 범야권과 민주당은 그 입지가 크게 위축, 범야권의 정치구도가 급격히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창형기자chle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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