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지신(尾生之信)

`미생지신(尾生之信)`은 미생의 신의, 즉 앞뒤 재어보지 않는 막무가내의 어리석은 믿음이란 말로서, 미생이란 사나이가 신의를 지키다가 어리석게 죽고 만 고사에서 비롯됐다.

`장자` `도척`편과 `사기` `소진`전 등에 나오는데, `장자`에는 비웃는 것으로, `사기`에는 칭찬하는 것으로 소개돼 있다.

장자는 유교적인 윤리의식을 비판한다.

인의니 의니 하는 것이 인간 본래의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억지로 인간을 재단하여 그 틀 속에 꿰맞추려는 것으로서, 인간의 삶에 해가 된다고 하는 것이다.

그와 같은 주장을 그의 책 장자 곳곳에서 볼 수 있는데 여기 소개하는 내용도 그런 것이다.

그는 유교의 대표인 공자와 당시의 큰 도둑 도척과의 대화를 상정해 놓고 도척의 입으로 자신의 주장을 편다.

도척의 말 가운데 미생의 신의에 대한 우화가 인용된다.

옛날 노나라에 미생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고였는데 한 서생이었으므로 미생이라고 한다.

그는 매우 정직한 사람으로 한번 약속한 일이면 절대로돼어기는 법이 없었다.

어느 날 그는 사랑하는 여인과 냇가의 다리 밑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는 어찌된 일인지 약속 시간이 되어도 사랑하는 여인은 오지 않았다.

그러나 미생은 약속을 철석같이 믿었다. 어쨌든 자신만큼은 약속을 굳게 지킨다는 생각으로 약속된 자리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고 서 있었다.

온다던 여인은 영 오지 않고 냇물이 슬슬 불어 올라오기 시작했다. 조숫물이 차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미생의 발등을 적시더니 나중에는 무릎까지 올라왔다. 미생은 차오르는 물이 야속했지만 그래도 자리를 뜰 줄 몰랐다.

결국 다리의 기둥을 붙잡고 간신히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물이 목까지 차올랐지만, 미생은 이를 악물고 버텼다.

그러다 결국 미생은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도척은 이같은 미생의 우화를 얘기하고 난 다음 이렇게 비판했다.

“이런 것들은 못박혀 죽은 개나 물에 떠내려가는 돼지나 깨진 그릇을 들고있는 거지와 같이 쓸데없는 명목에 목숨을 걸고 소중한 생명을 천하게 굴리는 사람이요 진실로 삶의 길을 모르는 무리들이다”

장자의 말처럼 유교가 쓸데없는 명목에 목숨을 거는 부질없는 가르침은 아니다. 명목을 소중히 여기기는 하지만, 그것이 쓸데없는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자기 생명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자 했던 장자의 여유도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람은 원칙은 지키되 융통성이 있어야 한다. 미생의 생각은 나쁜 것이 아니라 어리석은 일이다.

/쌍산 김동욱

한국서예퍼포먼스협회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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