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포항에서 발견된 5만원권 위조지폐를 사용한 10대가 경찰에 자수했지만, 위폐를 전달한 남성이 따로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건은 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특히 이 남성이 위폐를 제조해 전달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경찰은 신원조차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폐가 발견된 것은 지난달 28일 포항시 북구 중앙동의 한 슈퍼마켓에서다. 이날 새벽 1시께 20대로 추정되는 한 여성이 5만원권 위폐를 사용해 담배 한 갑을 산 뒤 거스름돈 4만7천500원을 받고 사라졌다.

위폐는 슈퍼마켓 인근 막창집 주인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발견됐다. 막창집 주인은 “20대 여성이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5만원권으로 계산하려 했는데 위조지폐인 것 같았다”며 “가게를 나가 인근 슈퍼마켓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경찰에 신고하게 됐다”고 했다.

경찰은 컬러프린터를 사용해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위폐를 약품 처리해 경찰청에 지문감식을 의뢰하고서 현장 주변에 설치된 CCTV를 분석해 위폐 사용자 행방을 추적했다. 하지만 지문감식 결과 흔적이 뚜렷하지 않아 수사는 지지부진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사건 발생 일주일만인 지난 6일 위조지폐를 사용한 여성이 경찰에 자수하면서 사건은 실마리가 풀리는 듯했다.

범인은 10대 청소년인 A양(16). A양은 중앙동 일대를 중심으로 경찰 수사가 진행되자 심적 부담을 느끼고 자수를 선택했다.

경찰에서 A양은 인터넷 채팅을 통해 알게 된 한 남성에게 5만원권 위조지폐 2장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사건 발생 당시 A양은 자신의 언니 신분증을 사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경찰은 A양의 진술을 토대로 위폐를 건넨 남성의 뒤를 쫓고 있지만, 신원조차 파악하지 못해 수사는 여전히 답보상태다. A양은 인터넷 채팅과 휴대전화 연락을 통해 많은 사람과 만났고 이 중 한 남성에게 위폐를 건네 받았지만 A양은 그 남성이 누구였는지, 어떻게 연락했었는지 등 당시 정황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찰관계자는 “A양의 진술을 토대로 인터넷 메신저 아이디와 휴대전화 발신번호 등을 조사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이 남성에 대해 드러난 것은 없다”며 “이 남성에 대한 신원이 파악돼야만 위폐를 사용한 여부와 건넨 이유 등 자세한 사건 경위를 알 수 있어 남성신원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혜영기자 ktlove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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