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최국 역대 3번째 오명… 희망 걸던 `틈새 종목`마저 무릎

개최국 메달에 대한 마지막 희망을 걸었던 남자 마라톤마저 중하위권으로 처지면서 이번 대회 개최국 노메달국의 오점을 남겼다. 13회 대회동안 주최국 노메달국의 멍에를 쓰고 있는 스웨덴과 캐나다에 이어 역대 3번째 국가에 이름을 올렸다.

대회 첫날 향토 대구은행팀이 주축이 된 여자 마라톤을 필두로 여자 100m 정혜림, 남100m 김국영, 여자 멀리띠기 정순옥, 남자 높이뛰기 윤제환, 남 1,500m 신상민, 여자 세단뛰기 정혜경, 여자 20km경보 전영은 등이 줄줄이 탈락했다. 대회 중반에 접어들면서 어느정도 기대를 걸었던 남자 20km경보 김현섭이 최종 6위로 마감하며 세계의 벽을 실감해야만 했다. 이어 벌어진 남자 멀리뛰기에서 김덕현이 결선에 올랐으나, 세단뛰기에서 부상당해 기권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김덕현도 결선 12명 중 11위로 진출해 메달권과는 거리가 있었다

사실 조직위는 처음 `10-10전략`(10개종목에 10명 결선진출)을 목표로 힘찬 스타트를 걸었으나 첫날 여자마라톤부터 저조한 기록이 대회 끝까지 이어지면서, 실날같은 요행마저 비켜갔다.

우리나라는 1983년 1회 대회부터 꾸준히 선수를 파견했으나 한 번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정식 종목에서 메달을 따낸 적이 없다.

2007년 오사카 대회에서 살인적인 무더위의 덕을 본 남자 마라톤이 2위에 오른 적이 있으나 번외 경기라 정식 메달로 집계되지 않았다. 이를 제외하면 1993년 대회 남자 마라톤에서 김재룡이 4위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톱 10`에 진입한 것도 다섯 차례밖에 없다.

남자 높이뛰기의 이진택이 1997년 8위, 1999년 6위에 올랐고, 1999년 여자 포환던지기의 이명선이 10위, 2007년 남자 세단뛰기의 김덕현이 9위를 차지한 것이 전부다.

이런 배경에서 2007년 케냐 몸바사에서 올해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유치한 한국 육상은 다양한 방법으로 선수들의 성적을 끌어올리려 애를 썼다.

2007년에 마라톤 등 장거리 선수들을 아프리카 케냐에 보내 훈련시켰고, 지난해에는 김국영과 박봉고 등 단거리 선수들을 미국으로 보내는 등 유망주 육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또 외국에서 코치를 초빙해 선진 기술을 배우는 투자도 했다. 상대적으로 세계 수준에 근접하기 용이한 `틈새 종목`을 노리겠다는 것이었다.

남자 경보는 육상연맹이 점찍은 틈새 종목 중의 으뜸이었다. 마침 김현섭이라는 걸출한 선수가 등장하면서 메달권도 바라볼 수 있다는 희망이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김현섭은 끝내 세계 강호들과의 경쟁에서 객관적인 실력 차의 벽을 넘지 못하고, 순위 밖으로 밀려나 조직위의 실망은 더욱 컸다.

이에대해 조직위는 “이번 대회에서 한 개의 메달이라고 따 개최국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다. 하지만 워낙 세계의 실력과 차이가 있다보니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를 계기로 꿈나무를 발굴, 육상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좋은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창훈기자 myway@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