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스타들의 `무덤`이 되고 있는 대구스타디움에서 또 하나의 별이 기울었다.

여자 세단뛰기 3연패를 노리던 야르헬리스 사비니에(27·쿠바·사진)은 1일 열린 결승에서 세 차례의 도약을 마친 뒤 허벅지 통증을 이유로 기권했다.

2005년 헬싱키 대회 은메달에 이어 2007년 오사카 대회와 2009년 베를린 대회에서 2연패에 성공했던 사비니에는 이번 대회에서도 시상대 꼭대기에 가장 근접한 선수로 평가받았다.

메이저대회에서 단 한 번밖에 패배하지 않은 데다 올해도 14m99의 최고 기록으로 랭킹 1위를 달리던 터였다.

사비니에의 올 시즌 최고 기록은 2009년 베를린 세계대회에서 우승했을 때보다 4㎝가 길어 여전히 전성기의 위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예선에서도 14m62의 가장 좋은 기록을 내고 결승에 올랐다.

그러나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경기를 시작할 때부터 오른쪽 엉덩이부터 허벅지까지 세로로 길게 테이핑을 하고 등장한 사비니에는 1차 시기에서 14m43의 저조한 기록에 그쳤다.

1차 시기를 끝내고 자리에 앉아 허벅지를 계속 주무르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사비니에는 3차 시기를 뛸 때는 아예 주황색 붕대로 오른쪽 허벅지를 칭칭 감고 경기에 나섰다.

2, 3차 시기 모두 발구름판을 잘못 밟아 파울 처리된 사비니에는 4차 시기를 앞두고 결국 통증을 참지 못한 채 기권을 선언했다.

짐을 싸들고 경기장을 나가려다가 다시 주저앉은 사비니에는 트레이닝복 바지까지 벗어던지고 다시 허벅지를 주물렀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사비니에의 두 눈에서는 굵은 눈물방울이 흘러내렸다.

우사인 볼트(자메이카)에서 시작해 다이론 로블레스(쿠바)와 류샹(중국), 옐레나 이신바예바(러시아)로 이어진 스타들의 이변 행렬에 사빈도 동참하는 순간이었다.

/이창훈기자 mywa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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