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무레르 4m85 넘어 금메달 환호

권불십년이라 했던가. 그동안 장대 높이뛰기의 지존이라 불리며 세계의 공중을 날아다녔던 이신바예바(29·러시아)가 전성기때의 기량을 회복하지 못하고 끝내 몰락했다.

30일 오후 대구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여자 장대높이뛰기 결승에서는 파비아나 무레르(브라질)가 4m85를 넘어 우승했고, 마르티나 슈트루츠(독일)가 4m80으로 은메달, 3위는 러시아 스베트라나 피오파노바(4m75)가 차지했다. 남미대륙 신기록을 세우고 우승한 무레르는 조국 브라질에 세계선수권대회 첫 금메달을 선사했다.

이날 이신바예바가 등장하자 팬들은 열렬히 환호해, 이신바예바의 인기를 증명했다. 하지만 그녀는 한번도 바를 넘지 못했고 예선서 세운 4m65의 저조한 기록으로 메달권에 접근도 못해 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줬다. 하지만 마지막 시기에서 실패한 후 팬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해, 대스타다운 모습도 보여줬다.

이신바예바의 이번 탈락은 향후 행보에 상당한 타격을 줄 전망이다.

이신바예바는 `단거리 황제`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육상 스타다. 세계 기록만 무려 27개를 작성했고 여자 선수로는 유일하게 `5m 벽`을 넘었다.

세계선수권대회와 올림픽 등 메이저 대회에서만 9번이나 시상대 꼭대기에 섰고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올해의 여자 선수`에 세 번(2004·2005·2008), 라리우스 재단이 뽑은 `올해의 스포츠우먼`에 두 번이나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그처럼 빛나는 업적도 모두 `옛날이야기`가 돼 버릴 위기에 몰렸다.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부터 시작된 부진의 터널에서 2년째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03년 세계선수권 이후 무려 6년간 무패행진을 달리던 이신바예바는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이례적으로 3번 연속으로 바를 넘지 못해 변변한 기록도 남기지 못한 채 탈락했다.

2010년 시즌을 시작하자마자 다시 슬럼프에 빠져들어 일찍 시즌을 접었고 올 시즌에도 최고 기록이 4m76으로 4위에 머물러 있었다.

15살 때부터 자신을 가르친 옛 스승 예브게니 트로피모프 코치의 품으로 4년 만에 찾아가 `초심`으로 돌아가겠노라고 선언했고, 손목 부상을 겪고서도 세계대회 도전을 선언했다.

올해 세계선수권대회야말로 화려했던 선수 생활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기 위해 꼭 지나쳐야 할 관문이었기 때문이다.

이신바예바는 내년 런던 올림픽에 이어 고국에서 처음 열리는 2013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홈 팬들의 박수 속에 선수 생활을 마감할 작정이었다. 그러나 2차례 연속으로 세계대회에서 제대로 된 성적을 내지 못한 탓에 이제는 막다른 골목에 몰린 처지가 됐다.

/이창훈기자 mywa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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