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장대높이뛰기 이신바예바 4m65로 메달 근처에도 못미쳐
육상 절대강자들 줄줄이 부진의 늪… 세계육상 이끌 새스타 탄생

제13회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남자 100m 결선에서 우사인 볼트가 부정 출발로 실격한 데 이어 30일에는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지존` 옐레나 이신바예바(29·러시아) 마저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이 두 선수를 비롯해 이번 대회의 절대강자로 꼽힌 선수들이 부정출발과 진로방해 등으로 실격처리되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복병들이 영예를 안는 사례가 연일 벌어지고 있다.

각 종목을 주도하면서 인기를 한몸에 받아 온 육상 스타들이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지만 이들의 실수는 세계 육상을 새롭게 빛낼 또다른 스타를 만들어 내고 있다.

대회 나흘째인 30일 열린 여자 장대높이뛰기 결승에서 이신바예바는 자신이 세운 세계기록(5m06)에 한참 못 미치는 4m65를 넘는 데 그쳤다.

4m70 이상을 넘은 경쟁자들이 많아 이신바예바는 메달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고 이번 대회를 마감했다.

2년 전 베를린 세계대회에서 3회 연속 실패한 뒤 충격의 실격을 당했던 이신바예바는 대구에서 2007년 오사카 세계대회 이후 4년 만에 정상 탈환에 나섰으나 기량이 전성기에 훨씬 못 미쳤다.

육상 스타들의 이변은 대회 첫날부터 시작됐다.

개막일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개인 최고기록이 6m인 우승후보 스티브 후커(호주)가 5m50도 넘지 못하고 예선에서 탈락했다.

라이벌 후커가 조기에 떨어지면서 금메달이 유력했던 르노 라빌레니(프랑스)가 5m90도 넘지 못하고 동메달에 머문 것도 이변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금메달은 5m90을 넘은 폴란드의 무명 선수 파벨 보이치에호브스키에게 돌아갔다.

여자 10,000m 결과도 예상을 빗나갔다.

비비안 체루이요트(케냐)가 타이틀 수성에 나섰던 팀 동료 리넷 마사이를 3위로 밀어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체루이요트는 2009년 베를린 세계대회 5,000m 우승자로, 이번에는 10,000m까지 두 종목 석권에 도전했고 맞수 마사이를 물리치고 첫 번째 목표를 이뤘다.

개막 이틀째인 28일에는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의 부정 출발에 의한 실격을 당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남자 100m에서 가장 유력한 금메달감이었던 볼트는 흥분한 나머지 스타트 총성이 울리기도 전에 스타트블록을 박차고 나갔다가 곧바로 실격당했다.

호랑이 없는 굴에서 여우가 왕 노릇을 하듯이 볼트의 훈련 파트너인 요한 블레이크(22)가 100m에서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신고하며 최고의 행운을 누렸다.

부정 출발을 하면 단번에 실격 처분을 내린다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강력한 규정 탓에 남자 100m의 드웨인 챔버스, 여자 400m 정상 탈환에 나섰던 크리스틴 오후루구(이상 영국)도 실격의 덫에 걸려들었다.

남자 10,000m에서 5연패에 도전했던 케네니사 베켈레(38)의 갑작스러운 중도 기권, 그리고 성인 무대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남기지 못했던 팀 후배 이브라힘 제일란(22)의 깜짝 우승도 이번 대회 최대의 이변 사례로 기록할 만하다.

여자 400m 2연패에 도전했던 사냐 리처즈 로스(26·미국)도 허무하게 무너졌다.

준결승부터 체력 저하를 드러내며 가까스로 결승에 올랐던 리처즈 로스는 결국 결승에서 7위로 골인하는 데 그쳤다.

우승은 보츠와나의 아만틀 몬트쇼(28)에게 돌아갔고, 보츠와나는 세계선수권대회 사상 첫 금메달을 수확했다.

세계기록(12초87) 보유자 다이론 로블레스(쿠바)와 `황색탄환` 류샹(중국), 상승세를 탄 데이비드 올리버(미국) 등 세 명의 영웅이 맞붙은 남자 110m 허들 결승은 이변의 결정판이었다.

명승부가 펼쳐지리라는 예상을 뒤로하고 진로방해와 이로 말미암은 이의제기가 맞물리며 경기 후의 상황이 어지럽게 돌아갔다.

비디오 판독 결과 로블레스와 옆 레인에서 달리던 류상의 신체가 두 번이나 부딪혔고, 결국 국제육상경기연맹은 로블레스가 류샹의 진로를 방해한 것으로 최종 결론을 내리면서 메달의 주인공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로블레스는 금메달을 박탈당했고, 삼파전 속에서 어부지리로 2위를 차지했던 제이슨 리처드슨(미국)이 금메달을 이어받아 `최고의 행운아`가 됐다.

리처드슨은 허들에 입문한 지 얼마되지 않아 메이저대회 우승이라는 성과를 올렸다.

류샹의 메달 색깔도 구릿빛에서 은빛으로 바뀌었고, 메달권 밖이었던 앤드루 터너가 값진 동메달을 챙겼다.

/이곤영기자 lgy1964@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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