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드 러너`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4·남아프리카공화국)가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시도한 첫 번째 도전이 아쉽지만 아름답게 마무리됐다.

피스토리우스는 29일 오후 8시부터 대구스타디움에서 진행된 제13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400m 준결승에서 46초19의 기록으로 3조 최하위에 그쳤다.

피스토리우스는 종아리뼈 없이 태어나 생후 11개월부터 양쪽 다리를 쓰지 못하는 장애인이다.

하지만 탄소 섬유 재질의 보철 다리를 붙이고 달리며 비장애인 못지않은 스피드를 뽐내 `블레이드 러너`라는 애칭을 얻었다.

2008년 베이징 패럴림픽 남자 100m와 200m, 400m를 석권하는 등 장애인 무대에서 독보적인 업적을 남긴 피스토리우스는 여러 차례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 무대를 두드렸으나 매번 저항에 부딪혔다.

스포츠중재재판소(CAS)까지 간 끝에 어렵사리 비장애인과 한 무대에 설 수 있다는 판정을 받아냈고 출전 기준기록까지 넘겼지만 그를 바라보는 눈길에는 여전히 의심이 따라붙었다.

처음엔 그 의족이 경기력에 도움을 준다고 주장했던 이들은 다음에는 다른 선수들의 안전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줄기차게 피스토리우스의 질주에 의문 부호를 달았다.

계속되는 논란에도 그는 주 종목인 400m에서 국제육상경기연맹(IAAF)가 정한 A 기준기록을 넘겨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을 따냄으로써 대구 스타디움에 설 수 있었다.

피스토리우스는 경기를 마치고 아쉬운 듯 한참 동안 전광판에 떠오른 자신의 기록을 바라보았다.

기록이 남긴 아쉬움과 첫 도전이 이것으로 끝났다는 것에 대한 복잡한 심정이 그의 얼굴표정에 묻어났다.

그러나 피스토리우스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그는 이번 대회 마지막 날인 9월4일 열리는 1,600m 계주에 남아공 대표로 출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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