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110m허들 영웅 3인 “내가 1인자”

역시 세계의 벽은 높았다. 개막 3일째, 금메달은 바라지 않더라도 최소 동메달이라도, 아니 탑 5라도 바랐던 당초의 기대와는 달리 국내선수가 줄줄이 탈락하는 가운데 우리나라 주장 박태경(110m 허들)마저 28일 1회전에서 탈락, 오늘 열리는 본선은 그야말로 외국인 그들만의 잔치다.

박태경은 "선수촌에 들어갈 때만 해도 기분과 컨디션이 최고였으나, 생각했던 것 만큼 안됐다. 앞으로 더 노력하겠다"며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트랙 경기에서는 흑인이 절대 유리하다. 긴 다리와 터보엔진같은 심폐기능의 흑인들은 선천적으로 트랙에 강력하게 만들어진 것같다. 그러나 남자 110m 허들에서 만큼은 `황색탄환`으로 불리는 류샹(중국)이 절대 강자다.

오늘 남자 110m 허들 등 여섯 종목에서 금메달이 나온다. 이 중 남자 110m허들, 여자 100m와 400m가 가장 주목받을 레이스로 꼽힌다. 특히 남자 110m 허들은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세계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중국의 류상이 육상대회에서 보기 드물게 아시아 대륙의 자존심을 걸고 거친 숨소리를 뿜어낸다.

■ 남자 110m 허들 (밤 9시25분)

돌아온 황색탄환 류샹(중국.12초88)과 세계기록(12초87) 보유자 다이론 로블레스(쿠바), 세계 3위 데이비드 올리버(미국·12초89)가 세기의 대결을 펼친다.

이들은 세계기록 1~3위의 선수지만 기록차이는 불과 0.01초. 28일 예선1회전에서 가볍게 준결승 진출을 확정하고 서로 우승을 장담하고 있어 초박빙 승부가 예상된다.

예선에서는 류샹이 13초20으로 가장 빨랐고, 올리버(13초27)와 로블레스(13초42)가 뒤를 이었다. 경기 후 류샹은 “예선은 크게 의미를 두지않고 몸을 푸는 차원에서 뛰었다. 그러나 기록이 잘 나와서 깜짝 놀랐다. 예감이 좋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내 몸에 이상은 전혀 없다”며 “아마 13초 미만의 기록에서 우승자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로블레스는 전체 출전자 가운데 예선 7위에 머물렀으나 자신감만큼은 최고다. 그는 “오늘은 빨리 달릴 필요가 없는 날이었다. 보통 허들을 다섯 개 넘고 나서 주변을 보는데 오늘은 여유가 있어 오히려 천천히 달렸다”고 말했다. 빅3 격돌에 대해서는 “류샹과 올리버의 컨디션이 다들 좋아 보이더라. 이번 대회 결승은 정말 흥미진진할 것 같다”며 상대방을 칭찬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두 선수의 시대를 끝내고 새시대를 열겠다는 올리버도 담담하게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날씨가 변수가 될 수 있고 원래 예측하기도 힘들지만 누군가는 우승해야 하지 않느냐”며 “그게 내가 될 수 있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예선 경기에 대해서는 “오늘 잘 달린 것 같은데 예선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며 “일단은 결승에 올라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또 “육상 선수가 돼 꿈처럼 살고 있다. 우승을 한다면 정말 좋을 것“이라며 우승에 대한 강한 집념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 여자 400m (밤 9시5분)

베를린 대회 금메달리스트인 사냐 리처즈 로스(26·미국)가 2연패에 도전한다.

리처즈 로스는 올해 49초66을 기록해 전체 2위를 달리며 우승 후보다운 성적을 냈다.

49초35로 1위에 오른 2003년 파리 세계대회 우승자 아나스타샤 카파친스카야(32·러시아)와 이번 대회에서 200m 4연패에 도전하고 400m까지 영역을 넓힌 팀 동료 앨리슨 펠릭스(26)와의 불꽃튀는 자존심대결이 흥미진진하다.

■ 여자 100m (밤 9시45분)

미국과 자메이카가 단거리 최강을 놓고 자존심 경쟁을 벌인다.

미국은 현역 선수 중 가장 빠른 기록(10초64)을 낸 카멜리타 지터(32)와 10초86으로 올해 4위인 마르쉐벳 마이어스(27)를 앞세워 정상 탈환에 도전한다.

반면 자메이카는 10초76으로 올해 2위인 베로니카 캠벨 브라운(29)과 올림픽·세계대회 우승자인 셸리 앤 프레이저(25), 10초87로 올해 5위에 오른 케런 스튜어트(27) 삼총사가 미국에 맞선다.

이들 모두 예선을 가볍게 통과, 대망의 금메달을 꿈꾸고 있다.

지터는 대구국제육상대회 100m를 3연패 하면서 대구 트랙에 익숙해, 우승을 장담하고 있다.

하지만 자메이카 여자 군단은 큰 경기에 강해 게이, 볼트 등 스타가 빠진 남자 100m보다 더 흥미진진한 질주를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이창훈기자 mywa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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