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경찰청 23명 특별팀 구성 작전 돌입
한달 더 넘긴 수사에도 별다른 성과 없어
“업소 유착의혹 경찰관 10여명 혐의 미미”

포항 유흥업소 여종업원 연쇄 자살사건 수사가 알맹이엔 접근못한 채 변죽만 올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8일 이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 지금까지 1명을 구속하고 3명을 수배했으며 2명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고 238명은 단순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 수사에 유례 드물게 많은 사람을 입건하는 특성을 보였고 포항유흥업소 모임인 `한마음회` 대표 A씨(50)는 구속까지 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 수사를 본격화한 경찰은 지난 7월 사건의 중대성을 감안해 경북경찰청 수사관 23명으로 특별수사팀을 만들어 쌍끌이 작전에 들어갔었다. 그로인해 포항에서는 거의 모든 유흥업소가 사실상 문을 닫고 관련 업종들도 개점휴업하는 상황에 이르렀었다.

그러나 18일 발표된 실적은 저러한 경찰의 노력에 비하면 너무도 미미한 것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운 수준의 것이다. 무엇보다 최대 관심사인 자살 여종업원과 업소주인, 조직폭력배, 경찰 등의 연결고리를 밝혀내는 데 실패했다. 여종업원 8명 중 2명은 사채 중압감으로, 1명은 업주 모욕 때문에 자살한 것으로 판단했을 뿐 나머지 5명은 개인적 이유로 목숨을 끊었다고 결론지은 것이다. 경찰은 사망자들의 유족, 친구, 지인, 동료 여종업원 등을 대상으로 계좌 추적, 통화내역 확인 등 광범한 수사를 벌였으나 별다른 특이점을 찾아내지 못했다고 했다.

업소와 유착 의혹을 샀던 경찰관 10여명의 혐의도 밝히지 못했다. 관련 경찰관의 혐의가 미미해 입건할 조건조차 되지 않는다고 했다. 예를 들어 G(41)경찰관 등 2명은 지난 6월10일 오후4시10분부터 오후9시30분까지 한 유흥주점에서 한마음회 회장 등 업주 5명과 양주 4병을 마시긴 했으나 입건기준에 미달해 입건조차 않았다고 했다. H(40)경찰관은 2008년 8월20일부터 지난해 8월까지 경주지역 골프장에서 업주 4~5명과 여러번 골프를 쳤으나 비용은 각자 부담해 뇌물 혐의가 없다고 했다.

경찰 수사가 이렇게 용두사미 구렁이 담넘어갈 조짐을 보이자 상당수 시민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포항시민 정모(47·여)씨는 “경찰관이 술 접대를 단 한번밖에 받지 않았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간다. 몇 달간에 걸쳐 포항을 들쑤신 수사 결과치고는 너무 초라하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브리핑장에 참석했던 대구여성인권센터 힘내상담소 신박진영 소장과 정박은자 팀장은 수사결과 브리핑이 진행 되는 중에까지 격렬히 항의했다. 신박진영 소장은 “사복경찰관이 오후 3시에 업소에 온다면서 보통 오후 7시에 출근하는 여종업원들을 앞당겨 데려다 접대시킨 일이 있고 경찰관들이 부리는 추태는 말로 표현 못할 정도였다는 증언이 있었다”며 “이로 미뤄볼 때 경찰의 저같은 수사행태는 손바닥으로 태양을 가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대해 경북경찰청 이수용 광역수사대장은 “일부 경찰관의 술 접대는 확인했으나 업소 주인들이 입을 다물어 더 이상의 내용을 밝혀내지 못했다. 뇌물 제공과 관련한 진술을 확보해야 하나 그게 힘들었다. 앞으로도 계속 수사하고 청문감사관실을 통해 적절한 징계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포항유흥업소 성산업 착취 구조 해체를 위한 대책위원회는 18일 오후 `유착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포항남부경찰서 경찰관을 징계하고 포항 유흥업소 여성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찰청장이 사과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창훈기자 mywa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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