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육지탄(?肉之嘆)

`비육지탄(?肉之嘆)`은 넓적다리에 살이 찐 것을 탄식함 곧 할 일 없이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는 신세를 한탄 한다는 뜻이다. 삼국지의 주인공 유비의 일화에서 비롯된 말이다.

장비 관우와 함께 한왕조의 부흥을 외치며 달리던 유비는 한때 힘이 모자라 조조에게 몰린 적이 있다. 그는 각지를 전전하다가 형주(荊州)의 유표에게 신세를 지게 되었다. 이때 유표는 조조 원소 원술 등의 세력 다툼에서 벗어나 형주에 독립 왕국을 구축하고 있었는데 자기를 의지하고 찾아온 유비 등을 한 작은 고을에 주둔시켰다.

유비가 싸움터에서 벗어나 고을에 머문 지 몇 년이 흘렀다. 어느 날 유표는 유비를 초대해 주연을 베풀었다. 연희 도중에 화장실에 가던 유비는 문득 자신의 넓적다리에 군살이 찐 것을 발견하고는 “난세에 태어나 활을 차고 말을 달리며 천하에 서려고 한 내가 이렇게 기개 없이 살고 있다니”라고 탄식하며 눈물을 흘렸다.

연희 자리에 돌아온 유비에게 유표는 운 까닭을 캐묻자 유비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 시절 저는 항상 말을 타고 돌아다녔기 때문에 넓적다리에 군살이 붙을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한동안 말을 타지 않아 군살이 찌고 말았습니다. 노년에 가까운 지금 천하에 이름을 날리지도 못하고 기개 또한 옛만 같지 않아 그저 슬플 뿐입니다. 이 유비는 한탄에서 `비육지탄`이라는 말이 유래됐다. 이후 이 말은 천하태평으로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일을 탄식하거나 세상에 나와 공을 이루지 못하고 허송세월하는 것을 한탄하는 비유로 쓰인다. 뭔가 세상을 경륜할 큰 포부가 있는데 그것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군살이 찐 다리를 보면서 눈물을 흘릴 정도라면 그 심정이 얼마나 깊이 사무친 것인지 알 만하다. 요즘 공무원들이 복지부동(伏地不動)한다고 해서 손가락질 받고 있다. 그들의 비생산적 태도를 보면서 먼 옛날 비육지탄을 금치 못하던 유비의 기개를 생각해 본다. 또한 지금 이 세상에는 과연 얼마쯤이나 되는 제2, 제3의 유비들이 비육지탄을 발하고 있을지 몸도 일어나고 생각도 일어나야 한다. 인생에 내일은 없다. 모두가 타고난 재능을 발휘해 살아온 발자취를 남겨야 한다. 후손들에게 부끄러운 조상이 되지 말아야 한다.

다시 한번 유비의 눈물을 보며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한다”는 나의 좌우명을 마음에 담는다.



/쌍산 김동욱

한국서예퍼포먼스협회 상임고문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