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유쾌한 이야기를 읽었다. 바로 `흑설공주 이야기`이다. 어느 날 초등학생인 딸이 `흑설공주`니 `개구리 공주`니 하면서 그런 책이 있다며 읽고 싶다고 해서 구입을 했다. 우선 먼저 내가 읽어 보았다. 그랬더니 왠지 통쾌하기 조차한 내용에 그만 빨려들어 가고 말았다. 어차피 황당무계한 이야기는 원작이나 패러디한 작품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이 `흑설공주 이야기`에는 작가의 재치와 통찰력으로 리얼리티와 진실함이 담겨져 있었다. 그래서 인지 원작보다 더 흥미진진하고 감동적이다.

`흑설공주 이야기`에는 `백설공주`를 패러디한 `흑설공주`, `개구리 왕자`가 아닌 `개구리 공주`, `미녀와 야수`가 아닌 `못난이와 야수`, `벌거벗은 임금님`이 아닌 `벌거벗은 여왕님` `인어공주`는 `막내 인어공주` 등의 이야기가 14편이 수록되어 있다.

`흑설공주`의 새엄마는 헌명하고 착한 왕비로 등장하고, `막내 인어공주`에서는 왕자가 자상하고 인어공주가 목숨을 구해 준 사실을 믿고, 결국에는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로 마무리 되었다. `벌거벗은 여왕님`의 여왕은 사기꾼 재단사에게 속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크게 뉘우치고, 재단사 역시 남을 속이는 행위에 대해서 깊이 반성한다.

이 이야기는 옛 동화에 나오는 새엄마는 나쁘고, 여자는 예뻐야 백마 탄 왕자님이 나타나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구도를 과감히 깨고, 특히 여성을 폄하하려는 내용의 동화들을 여성의 시각으로 새롭게 꾸몄다.

/이정희(위덕대 일본언어문화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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