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종 시인의 근작 시집`광휘의 속삭임`을 읽고 좋아라고 서너 편을 내 공책에 옮겨 적은 시 가운데 한 편`이어떤 적막`이다. “좀 쓸쓸한 시간을 견디느라고/들꽃을 따서 너는/팔찌를 만들었다./말없이 만든 시간은 가이없고/둥근 안팎은 적막했다.//손목에 차기도 하고/탁자 위에 놓아두기도 하였는데/네가 없는 동안 나는/놓아둔 꽃팔찌를 바라본다.//그리로 우주가 수렴되고/쓸쓸함은 가이없이 퍼져나간다./그 공기 속에 나도 즉시/적막으로 一家를 이룬다-/그걸 만든 손과 더불어.” 시에서 말하는 `어떤 적막`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불완전하고 한계적 존재인 인간의 근원적인 외롭고 쓸쓸함의 한 모습을 시인은 `어떤 적막`이라 말하고 있는가. `너`와 `나` 사이에 들꽃을 따서 만든 `팔찌`가 있고, “네가 없는 동안” 그 비어있는 둥근 꽃팔찌를 바라보는 내 마음의 무늬가 시의 내용이다. 그 무늬는 공기를 타고 번져가는 마음인데, 작은 꽃팔찌의 안팎은 물론 내 마음의 안팎과 가이없는 우주에까지 수렴되고 퍼져나가는 것이다. 무늬의 속 빛은 근원적인 외로움과 쓸쓸함인 `적막(寂寞)`이겠다. 이 적막(寂寞)은 어떻게 해야 내 마음에 잘 재워두는 것인가? 알 수 없어라. 허나 사람도 세상도 꽃의 빛이었으면 좋겠다.

/이종암(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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