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오면 도시는 냄새의 감옥이 된다

인사동이나 청진동, 충무로, 신림동,

청량리, 영등포 역전이나 신촌 뒷골목

저녁의 통로로 걸어가보라

떼지어 몰려오고 떼지어 몰려가는

냄새의 폭주족

그들의 성정 몹시 사나워서

날선 입과 손톱으로

행인의 얼굴 할퀴고 공복을 차고

목덜미 물었다 뱉는다

냄새는 홀로 있을 때 은근하여

향기도 맛도 그윽해지는 것을,

냄새가 냄새를 만나 집단으로 몰려다니다보면

때로 치명적인 독

저녁 6시, 나는 마비된 감각으로

냄새의 숲 사이 비틀비틀 걸어간다

자연에서의 저녁 6시는 노을이 스민 사물들이 고요히 어둠 속으로 빠져드는 평화롭고 안온한 시간이다. 그러나 도심에서의 저녁 6시는 타락한 도시문명의 후미진 공간으로 진입하는 시간이다. 이 시에서의 `냄새`란 인간의 절제와 이성을 상실한 도시인의 야성을 의미한다. 이미 상실해버렸거나 상실되어가고 고갈되어가는 인간의 아름다운 본성을, 밝고 건강한 인간의 정체성을 옹호하고자 하는 시인정신을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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