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동물들이 망하기 시작한 건 이빨로 해결해도 될 일을 혀로 해결하면서 부터이다 이빨로 물어뜯어 씹어 삼킬 일을 자꾸 세 치 혓바닥 안에서 궁글려 녹이고 있고, 녹녹하게 잘 녹지 않는 것들을 한번 더 부드럽고 달콤하게 둥글려 쥐도 새도 모르게 꿀꺽 삼키고 있다 제 할 일을 사사건건 떠넘기는 이빨 때문에 세 치 혀는 그래서 일이 무척 많아졌다 한 때의 조상이 사냥개였던 저 늙은 개 역시 목덜미를 물어 한번에 제압할 일을 혀에게 다 떠넘기고 있다 컹컹 이제 아무 위엄도 없는 울음을 짖고 있다 무섭지도 않고 무서워하지도 않는 저 개처럼 무엇이든 제압할 일이 생기면 오랫동안 그 앞에서 무릎 꿇고 그의 발꿈치나 핥아주고 있다

행동으로 결행해야할 일들을 말로 해버리는 세태에 대한, 그 경박함에 야유를 보내는 작품이다. 우리는 때로 몸으로 부딪히거나 구체적인 행동으로 일을 해결해야하는 경우를 만난다. 피하지 말고 당당히 행동해야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적절히 말로 어물쩍 넘겨버리는 경우가 없지 않다. 그런 우리들의 태도에 회초리를 들이대는 작품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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